스타트업 위상이 법조계에서도 커졌다. 이혼, 정보기술(IT), 저작권 등과 같이 전문성이 필요한 법률 분야로 인정하고 대형 로펌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법조계 인력 포화와 스타트업 규제 이슈가 맞물리면서 상승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스타트업을 새로운 '전문 분야'로 추가했다. 전문 분야 변호사는 특정 분야 전문성이 있음을 협회가 입증하는 제도다. 일정 요건을 충족시켜야 등록 자격이 주어진다. 법조 경력 3년 이상이 필요하고, 14시간 이상의 교육을 수료해야 한다. 분야에 따라 최근 3년 내 10~30건 이상 사건을 수임해야 한다.
추가된 스타트업 분야를 포함하면 대한변협 내 전문 분야는 총 60개다. 스타트업 전문 분야는 1년 이상 내부회의 끝에 신설됐다. 스타트업 사업 영역이 다양해서 다른 전문 분야와 중복될 우려가 있었지만 일선 변호사의 높은 관심을 반영, 최종 지정됐다. 스타트업 법률 수요가 지속 증가세에 있음을 말해 준다. 현재 전문 분야로 등록된 변호사는 IT 14명, 지식재산권법 52명, 특허 17명, 회사법 19명, 방송통신 8명, 스타트업 1명 등이다. 변호사 1인당 전문 분야를 2개까지 등록할 수 있어 스타트업 전문 분야 변호사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희 대한변호사협회 제1기획이사는 “스타트업을 바라보는 높은 사회 관심을 반영해 전문 분야로 스타트업을 신설했다”면서 “회사 설립 단계를 비롯해 세무, 특허, 노무, 금융 등 회사 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모든 법률 문제를 다룰 수 있는 변호사가 스타트업 대상으로 활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별 로펌에서도 스타트업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로스쿨 제도 도입 이후 전체 변호사 수가 늘면서 새로운 시장 필요성이 지속 제기됐다. 법무부 변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국내 등록 변호사 숫자는 약 2만7000명이다. 7년 전(약 1만4000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이에 따라 자원 투입 대비 매출 효과가 큰 법률 자문 시장에 관심이 높다. 스타트업 신사업이 '그레이 에어리어'(회색지대)를 활용한 경우 수요도 꾸준하다.
대형 로펌 움직임이 활발해진 측면도 있다. 올해 6~7월에만 태평양, 율촌, 광장, 바른 등 대형 로펌이 잇따라 투자와 법률 이슈 관련 세미나를 열며 스타트업 관계자를 모았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대형 로펌이 스타트업 협회에 먼저 세미나를 제안하며 적극 나선 사례는 특이하다”면서 “차기 유니콘이 될 스타트업을 미리 선점해서 관리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다. 태평양, 세종, 한결 등은 지난해 스타트업이 모여 있는 판교에 분사무소를 열기도 했다.
스타트업업계에서는 김앤장과 쿠팡이 모범 파트너십 사례로 꼽힌다. 공식 특수 관계는 아니지만 2015년 소프트뱅크 투자, 2017년 쿠팡맨 부당해고, 2018년 로켓배송 불법 논란 등 굵직한 사건에서 김앤장이 꾸준히 쿠팡 소송을 대리해 비즈니스 신뢰가 쌓인 사이로 보고 있다. 당장 높은 수입은 기대하기 어렵더라도 성장치를 기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