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정한 네트워크 이용을 통한 공동의 미래 창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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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자동차의 원활한 운행을 위해 거미줄처럼 연결된 고속도로가 필요하듯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보려면 통신사가 구축한 인터넷 망이 필요하다.

망 이용자가 보는 콘텐츠를 만들어서 수익을 창출하는 콘텐츠 기업(CP)은 콘텐츠를 인터넷에 연결하기 위해 통신사 네트워크 자원을 이용하고 '망 이용대가'를 지불한다. 통신사는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투자 확대를 지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 가운데 인터넷 접속 가능 가구는 2000년 49.8%에서 2018년 99.5%로 증가했다. 2018년 기준 만 3세 이상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95.3%가 하루 1회 이상 인터넷을 이용한다.

최근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 많은 논의가 있다. 초고화질 동영상과 게임 등으로 인한 인터넷 트랙픽 급증에 대응하려면 기존 틀 유지를 넘어 네트워크 투자 확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판매가 늘면 원활한 운행을 위해 도로를 확장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투자 재원인 통신사의 수익이 증대되는 만큼 늘어나지 않는 게 문제다. 전 세계의 급증하고 있는 인터넷 트래픽을 통신사 투자만으로 지탱하는 게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인터넷 트래픽 유발 정도가 막대한 콘텐츠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CP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발생한 것이다. 카드 발행사가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개발해 카드 소비자가 늘면 상품·서비스 개발 투자를 분담하기 위해 카드 가맹점과 수수료 증대를 논의하는 것과 같다.

만약 인터넷 시장 양측에 있는 최종 이용자와 CP에 대한 요금 책정이 네트워크 사용량과 무관하다면 인터넷 유지에 필요한 네트워크 사용 대가를 누가 지불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 문제가 구조 차원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통신비 규제와 인하 압력으로 통신사가 이용자 요금을 인상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트래픽 증가에 따르는 이익을 누리는 CP가 '수익자 지불 원칙'에 따라 망 투자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하는 게 바람직하다.

망 이용대가 논의의 또 다른 축은 상호접속 제도다. A통신사 가입자가 B통신사 가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려면 양사의 인터넷이 연동돼야 한다. 이를 상호접속이라 한다. 통신사는 상호접속 시 상호 인터넷 사용에 대한 접속대가를 정산한다.

우리나라는 시장 후생을 극대화하고 거래 형평성 및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인터넷망 규모가 큰 사업자 간 트래픽 양에 따라 발신 사업자가 착신 사업자에게 접속료를 주고 있다.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도 트래픽 기반 정산이 확산되고 있어 우리나라가 먼저 제도화한 방향과 일치한다.

우리나라의 상호접속 제도는 공정경쟁 촉진 측면에서 해외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띠고 있다. 해외처럼 힘의 논리만 적용되지 않고, 일정한 규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 통신사가 글로벌 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상호접속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제도 문제가 아니라 협상력 미비가 원인이다. 검증되지 않은 국내 CP 망 이용대가 부담 이슈를 이유로 다른 대안 없이 과거로 돌아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대용량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이용대가 부담을 회피하는 글로벌 CP의 협상력을 견제할 정책 수단을 고민하고, 상호접속 제도의 긍정 효과를 발전시켜 나가는 게 국내 인터넷 생태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 인터넷 생태계의 건전한 지속 발전이 가능하도록 생태계 참여자들이 인터넷 망을 함께 키워 나갈 수 있는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minsooshin@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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