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일본 전범기업 제품의 수의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대상을 정부기관에 한정했고 경쟁입찰은 가능토록 했으나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정우 의원(경기군포갑)은 11일 정부기관의 일본 전범기업 수의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국가계약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지난 7일 공개한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우리 정부는 일본 전범기업 물품을 구매하는데 총 9098억원을 사용했다. 건수로는 총 21만9244건이었다. 이 중 수의계약도 943억원(3542건)에 달했다.
정부가 구매한 주요 전범기업 물품은 △레이저프린트 △전자복사기 △비디오프로젝터 △디지털카메라 △LED실내조명등 △저출력심장충격기 등이었다. 이들 물품은 미쓰비시와 미쓰이, 히타치, 히다찌, 스미토모, 도시바, 후지, 캐논, 니콘, 파나소닉, 니혼, 가와사키 등 일본 전범기업이 생산한 것이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에 따르면, 일본 전범기업은 한일강제병합 기간 동안 강제노역에 동원된 미국 전쟁 포로에게 사과했다. 중국인 강제노역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한국인 피해자에게는 사과도 보상도 하지 않고 있다.
개정안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있어 우리나라에 사과 및 보상을 하지 않은 일본 전범기업이 투자해 설립한 외국인투자법인과 수의계약 체결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 의원은 “한일 과거사 문제와 국민정서를 생각할 때, 최소한 정부 공공부문의 물품 구매에 있어서는 전범기업 제품 구매를 자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특히 정부기관의 일본 전범기업 수의계약은 제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안은 대표발의자인 김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경협, 김정호, 김현권, 박정, 서영교, 서형수, 신창현, 이춘석, 정성호, 최인호 등 11명 의원이 뜻을 함께 했다.
이와 관련해 여권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여권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일본 등 해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법안이나 활동을 당연하다고 본다”면서도 “전범기업 물품이라고 무조건적으로 배척하는 일은 미래 한일관계에 전혀 도움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전범기업 물품이)대체 불가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게 아닌 상황에서도 그동안 정부기관이 '액수가 작다' '유찰이 됐다'는 등의 이유로 전범기업과 수의계약을 해 온 것을 고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의원은 지난 2016년, 지방자치단체·교육기관 등이 일본 전범기업과 수의계약 체결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표발의한 바 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