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사과해라, 받아 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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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말했다. 일본에 사과만 받고 나머지는 우리 정부가 책임지자. 일왕이 하건 아베 신조 총리가 하건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일본은 사과를 하지 않을 테니까.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가 모든 배상을 떠안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가 우리에게 '사과'를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선례를 남기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일본은 우리나라 외에도 세계 여러나라에 사과할 일이 많은 나라다.

일본이 사과하지 않으면? 그 순간 국제사회에서 과거사 반성이 없는 나라가 된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 자유무역의 미래를 위해 통 크게 양보한 나라가 된다. 외교는 그렇게 해야 한다.

지금이야 바람 잘 날 없는 제3당의 수장 이미지가 희석된 감도 없지 않지만 손 대표는 여야를 막론하고 능력과 인성을 인정받는 대권 잠룡으로 불리는 거물급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제외와 관련해 한 말은 의미심장했다. 손 대표는 법조인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일본 문제를 법리적으로 바라보며 논쟁을 벌인 데 대해 안타까움도 내비쳤다.

대법원 판례에 따른 개인의 청구권 보장과 국제조약이라는 법리 다툼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법리보단 외교적 우위에 있어야 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외교'다.

한·일 양국의 산업계가 바라는 것은 정부 간 외교적 해결이다. 이번 일은 외교 문제로 촉발된 사태다. 소재·부품 연구개발(R&D) 지원, 세제 혜택 등은 진작에 실현됐어야 하는 우리 뿌리 산업을 위한 정부 과제이지 '극일'을 위한 정책은 아니다.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합의한 '민관정협의회' 2차 회의가 14일로 예정됐다. 2차 회의는 1차 회의 때와 달리 외교안보 라인이 참석한다고 한다. 혹시 모른다. 손 대표의 제안처럼 일본을 향해 쿨하게 받아 줄 테니 사과하라는 메시지가 나올지.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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