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제외 여부 결정 등을 앞두고 코스닥 지수가 급락했다. 연중 최저점을 뚫고 4% 하락했다. 27개월 만의 최저치다. 코스피 지수 역시도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매물이 쏟아지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이날 전일 대비 25.81포인트(P) 내린 618.78로 장을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17년 4월 14일(618.24) 이후 2년 3개월 만의 최저치다.
개인이 순매도 우위를 보이며 한일 분쟁에 따른 위기감을 키웠다. 이원 부국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우려에 정보통신(IT)이나 통신 등 업종이 많이 하락했다”면서 “코스닥에는 상대적으로 영세 업체가 많아 주가가 하락하면 자본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주 가운데 SK머터리얼즈(1.05%), 휴젤(4.12%)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셀트리온헬스케어(-2.94%), 신라젠(-2.77%), 헬릭스미스(-1.16%), 펄어비스(-3.61%), 케이엠더블유(-3.93%), 스튜디오드래곤(-3.45%) 등은 1%가 넘게 주가가 빠졌다.
이날 코스닥 급락에 따라 다음날 반대매매 물량도 대거 출회할 가능성이 크다. 26일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에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5조3942억원으로 전체 신용거래융자 9조9291억원의 58%에 육박한다. 코스닥 시가총액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해 다음날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역시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개인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은 752억원, 외국인은 639억원어치를 팔았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2.23%, 3.51%가 하락해 코스피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최근 16거래일간 이어지던 외국인의 SK하이닉스 순매수 행렬은 이날 순매도로 전환했다.
이는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따른 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 반도체 가격이 하락 반전하던 지난 24일 안팎으로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에서 약 1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이 밖에도 시총 상위 주 가운데 현대차(-1.92%), 현대모비스(-1.22%), 셀트리온(-3.24%), NAVER(-1.77%), POSCO(-1.72%) 등이 내렸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악재가 너무 많기에 쉽사리 저가매수를 권유하기 어렵다”면서 “대외 이벤트 리스크와 밸류에이션 리스크, 그리고 수급 악화까지 더해져 경계감을 지속해야 한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식시장에 급락을 야기할 만한 새로운 뉴스는 없었다”면서도 “한일 무역마찰 이슈가 주식시장에 미쳤던 영향이 투자심리에 국한됐다면 화이트리스트 제외 조치는 기업 경영 관련 불확실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급 주체들이 관망세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