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배민 미래식당 가보니…앱으로 주문·로봇이 서빙 '말이 필요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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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주문부터 식당 문을 나서기까지 점원과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메뉴 확인과 주문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했다. 조리된 음식은 로봇이 가져다 줬다. 사람과 대면 주문이 싫은 '언택트(Untact)족'에게 안성맞춤이다. 24일 방문한 배달의민족 미래식당 '메리고키친' 얘기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서울 송파구 한 레스토랑에 미래기술을 적용했다. 운영은 식당 업주가 직접 한다. 인테리어와 기술 구현 및 관리만 우아한형제들이 맡았다. 이날 저녁시간대 식당은 한산했다. 테이블이 드문드문 비어 있었다. 손님 절반 정도는 우아한형제들 명찰을 목에 걸고 있었다. 우아한형제들 직원에게는 할인해준다.

핵심은 로봇 서빙과 스마트폰을 통한 스마트 주문이다. 직원을 호출하기 위해 '저기요'라고 부르거나 호출벨을 누를 필요가 없다. 자리에 앉자마자 창가에 설치된 로봇이 물과 컵을 가져왔다. 창가 4개 테이블은 모노레일로 움직이는 로봇이 서빙을 담당한다. 음료를 수령하고 확인 버튼을 누르면 다시 돌아간다. '이게 로봇이야?'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구조다. 대형마트 계산대에서 고무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상품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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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사이를 움직이는 자율주행 로봇은 조금 더 상상속 로봇에 가깝다. “식사 맛있게 하세요”라고 말도 하고 디스플레이를 통해 표정도 보여준다. 물론 팔다리는 없다. 바퀴로 움직이고 팔 대신 4개 쟁반이 탑재됐다. 과거 우아한형제들이 선보였던 '딜리' 등과 비교하면 디자인보다 기능성에 힘쓴 모양새다.

음식을 수령하고 디스플레이에 확인 버튼을 누르면 다시 주방으로 귀환한다. 한 번 이동할 때마다 매장 안 모든 손님들이 사진을 찍어댔다. 특히 아이를 데려온 가족 단위 고객 호응이 높았다. 장해물도 인지한다. 시험 삼아 로봇 이동 경로를 방해해봤더니 충돌 없이 멈춰 섰다. 이동 속도는 상당히 느렸다. 성인 걸음 절반 이하라고 볼 수 있다.

직원을 호출할 뻔했던 순간도 있었다. 배달의민족 앱 사용이 익숙하다면 주문과 결제는 어렵지 않다. 집에서 배달음식 주문하듯 메뉴를 고르고 결제하면 된다. 다만 주문하려면 식당과 테이블번호를 QR코드로 입력해야 하는데, 앱에 입력 메뉴 자체가 없는 경우가 있다. 이용자 배달지가 미리 자택 주소로 설정돼 있을 경우 QR코드 입력 자체를 막아놔서 생기는 문제다. 한참을 '앱 업데이트가 안 됐나' '안드로이드는 안 되는 건가'하며 원인을 찾아내느라 고심했다.

식기 추가 주문이나 테이블 정리를 하려면 어쩔 수 없이 직원을 불러야 한다. 언택트에 집중하기 위해 식기는 동석한 지인 것을 나눠 썼다. 식사를 마친 그릇은 돌아가는 로봇을 붙잡아 세우고 실어 보냈다. 이처럼 아직은 사람이 꼭 필요한 지점이 몇 곳 있다.

로봇 효율성은 미지수다. 서빙은 당연히 사람이 빠르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규모가 크고 손님이 자주 드나드는 식당일수록 오히려 로봇 활동이 제한된다. 해당 식당에서도 주방에서 먼 위치 주문은 직원이 쟁반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와 서빙했다.

현재 시점에서 로봇은 사실상 마케팅 목적 역할이 더 커 보인다.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은 객관적으로도 무시하기 어렵다. 고객 반응처럼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더라도 로봇 존재 자체가 즐길거리가 될 수 있다. 식당 혼잡도를 낮추는 효과도 조금은 있다. 비교적 직원 동선과 응대가 적어 식사와 대화에 집중하기 편안한 분위기가 마련됐다.

'미래식당'을 기대하고 방문한다면 다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식당 인테리어로 무리한 사이버펑크 스타일 대신 편안한 조명과 우드 디자인을 택한 것도 미래에 초점을 두지 않기 위해서로 해석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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