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은 24일 한일 문제 등 지역 및 글로벌 차원의 양국 협력을 강화키로 했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청와대에서 만나 이 같이 협의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다만 양측은 한일관계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대신 발표문에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양국 간 협력강화 방안'이라고 표현했다. 청와대는 이 문구가 한일 관계에 관한 것이라고 확인했다.
양측은 북미 비핵화 협상, 방위비 분담금, 호르무즈 해협에서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와 항행의 자유에 관해서도 심도 깊은 협의를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방공식별구역(KADIZ) 무단 침입에 대해선 “유사상황 시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자”고 했다.
정 실장은 지난 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가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해 우리 측이 단호히 대응한 사실을 설명했다. 볼튼 보좌관은 앞으로 유사한 상황에 대해 양국이 긴밀히 협의하자고 했다.
양측은 6.30 판문점 북미 회담에서 합의한 북미 간 실무협상이 조속히 재개돼 북·미 비핵화 협상에 실질적인 진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선 동맹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양측은 한미동맹은 공동의 가치에 기반을 둔 상호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동맹임과 한반도를 넘어 역내 평화·안정을 위한 핵심축임을 재확인하고 양자,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 동맹관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안보실장은 오전 회담과 업무 오찬 두 번에 걸쳐 총 2시간 35분 회동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 실장 회담 전후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도 만났다.
볼턴 보좌관은 강 장관과 면담한 자리에서 “미국 목표와 한국 목표는 이 지역의 평화를 지킨 굳건한 한미동맹으로 나아가는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다”고 밝혔다. 면담 후에는 “광범위한 이슈에 대해 매우 생산적인 토론을 했다. 앞으로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한국이나 일본에 양국간 긴장완화를 위해 할 제안이 있느냐' '한국이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지원해줄 거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는 “나중에 봅시다”라는 말로 답을 갈음했다.
강 장관은 “한미동맹 정신에 기반해 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면서 “매일 이런 도전에 직면할수록 한미동맹이 더욱더 굳건해지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볼턴 보좌관은 정 장관과 만나서는 광범위한 이슈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이란을 견제하고자 연합 전력을 구상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한국군 파병을 요청했는지에 대해선 함구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