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 등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한국전력공사에 계통연계를 신청한 9만여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여전히 답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설비를 갖추고도 전기 판매를 개시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재생에너지 '보급'과 '계통 연계'의 균형 있는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22일 한전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올해 5월까지 한전에 접수된 태양광(9만4135건)·풍력(101건) 계통연계 신청 건수는 총 9만4236건이다. 이 가운데 계통연계 완료는 4만9933건(태양광 4만9854건·풍력 79건)으로 52.9%에 불과하다. 미개통 건수가 4만4300건을 상회한다.
태양광·풍력 발전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판매하기 위해서는 설비와 전력 계통을 연계해야 한다. 그러나 한전 송·배전망 인프라 부족으로 태양광·풍력 계통연계 속도가 설비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올 상반기 태양광·풍력 설치 보급률이 전년 동기 대비 52% 늘었다며 이를 '재생에너지 3020' 정책 이행 성과로 제시했지만 설비 보급에만 과도하게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부는 2016년 10월 31일부터 1㎿ 이하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계통연계 요청 시 한전 부담으로 변전소 변압기 등 공용 전력망을 보강, 접속을 보장하도록 고시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가중치 우대 정책 등을 펼치면서 보급률이 급증하는 추세지만 미개통 보완 대책은 미비한 실정이다. 적자 늪에 빠진 한전도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 △다음 달 시행되는 '고효율 가전 환급정책'으로 인한 추가 부담 등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용 전력망을 급격히 늘리기는 어려운 처지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사업자가 한전에 계통연계를 신청한 건수는 4만3827건으로, 연말까지 단 10.7%(4706건)만 접속이 완료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아무리 늘려도 전력계통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발전 자원의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새만금에 세계 최대 규모로 조성되는 수상태양광 계통연계 사업(2.1GW·약 5100억원 규모)도 결국 한전이 아닌 한국수력원자력이 짊어지게 됐다.
태양광·풍력 설비 보급에 따른 발전량 증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올 상반기 풍력 보급량은 133㎿로 전년 동기 대비 84.4% 늘었지만 발전량은 2.5% 증가에 그쳤다. 상반기에 접수된 4건의 풍력 계통연계 신청 건수 가운데 완료된 건은 전무하다. 산업부는 △풍력 설비 절대량 자체가 적다는 점 △4~5월 이후 가동이 시작된 풍력발전 시기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탈 원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지속 확대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면서도 “설비 보급만 대폭 늘리고 계통연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과유불급'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5월까지 한전에 접수된 태양광·풍력 계통연계 현황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