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영화 예매일 AI로 해결한다…CJ CGV, 프로젝트 돌입

#A씨(31)는 월요일 아침 여자 친구와 함께 주말에 볼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영화관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다. 그러나 주말 영화 상영시간표 확인이 안 된다. 영화관 측에 문의하니 새로 개봉하는 영화상영관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닷새 뒤에 볼 영화를 예매할 수 없는 상황이 황당하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는 CJ CGV가 인공지능(AI) 기반으로 영화관 상영시간표를 편성하는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그동안 사람(CGV 직원)이 편성하던 상영시간표 대신 AI가 영화와 관객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관객 수를 예측, 상영시간표를 제작하는 시스템이다.

22일 정보기술(IT)서비스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CJ그룹 IT서비스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주도로 영화관 상영시간표 편성에 AI를 활용하는 프로젝트관리(PMO) 1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영화관 7곳(서울·경기도 등)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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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뮤지컬 등은 한 달 전에도 예매가 가능한 반면 영화는 월요일에도 이번 주말 영화 예매가 어렵다. 22일 월요일 오전 25일 목요일 상영시간표가 안뜨는 롯데시네마 앱(왼쪽)과 주말인 27일 최신개봉작인 나랏말싸미 1개 상영관만 예약 가능한 CGV 앱. 황정우기자 hwangjw@etnews.com

기존에는 영화관별로 누적 관객 수, 최신작 개봉일 등을 고려해 CGV 임직원이 시간표를 편성했다. 관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주말 시간표는 주중 관람객 수, 신규 영화 반응 등을 확인해 최대한 늦게 확정한다. 가장 많은 관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마지막까지 치열한 예측을 거듭한다.

영화 관람객 입장에서는 불편한 구조다. 예매 시작일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고객은 영화 예매를 위해 수차례 영화관 앱 접속을 반복해야 한다. CGV뿐만 아니라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주요 메이저 영화관 모두 마찬가지다. 전자신문 확인 결과 22일 오전 현재 이번 주말 영화를 예매할 수 있는 영화관은 극히 드물었다.

관람객 선호도를 맞추고 관객 수를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영화관 측 설명이다. 한 영화관 관계자는 “대형 배급사 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영화가 개봉하는 주에는 마지막까지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시간표와 예매 시작일이 들쭉날쭉한 이유다.

이 같은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CJ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와 AI 영화시간표 예측 시스템을 기획했다. 현재 프로젝트는 초기 단계다. 양사는 AI가 구성한 시간표가 직원 편성 시간표보다 예측률이 더 높아질 때까지 학습을 지속한다. 일부 시범 도입 영화관은 AI 시간표가 직원이 편성한 시간표로 진행했을 때보다 더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AI 예측도가 높아지면 추후 효과 등을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영화 개봉일, 유사한 장르 영화 데이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언급되는 횟수 등을 AI가 학습하면 직접 편성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다른 영화관보다 예매 오픈을 먼저 할 수 있다면 점유율 측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어 CGV 시도가 영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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