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IT 업계 "정부, 의료AI 개발 주체 아닌 조력자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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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인공지능 기업이 진단 보조 시스템 개발을 논의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공공기관이 사실상 독점하는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서비스 주체로 나서면서 민간기업 반발이 거세다. 기업이 사활을 거는 의료AI 영역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서비스화하면서 산업육성에 역행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조력자로서 AI 의료기기 수가화, 규제개선 등 산업육성 기반 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정부기관에 따르면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전 국민 의료 정보를 보유한 공공기관은 데이터를 활용해 각종 질병을 예측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 중이다.

건보공단은 2017년 당뇨병, 치매, 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등 6개 질환 AI 예측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현재 당뇨병 예측 서비스는 '건강iN' 홈페이지와 모바일 앱으로 제공한다. 올해는 심혈관질환 예측 모델을 개발, 이르면 내년 1분기 서비스한다. 또 4대 암과 치매 예측 알고리즘도 올해 고도화한다.

심평원 역시 지난해 뇌동맥류 AI 영상판독 서비스를 개발했다. 개인 뇌 영상정보를 넣으면 자동으로 뇌동맥류 부위를 빨간색으로 표시한다.

정부 주도 의료AI 사업은 의료 공공성, 접근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가장 민감한 의료정보 활용 제약이 심한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서비스를 개발, 배포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부가 기업이 해야 할 역할까지 도맡으면서 산업육성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높다. 두 공공기관이 서비스 대상으로 삼은 심뇌혈관질환, 치매, 주요 암 등은 국내 대부분 의료AI 업체가 이미 개발을 완료했거나 연구 중인 영역이다. 민간이 주력하는 영역에서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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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품질저하와 추후 결과물 활용도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시장 수요 분석, 비즈니스 모델 등 민간 서비스 개발과정과 비교해 차이가 크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과제 참여기업도 실질적 수요자(국민)가 아닌 발주처 요구사항만 집중하다보니 이용률이 떨어지고 기업 기술 축적도 어렵다. 모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산업육성을 가로막는다.

의료AI 업체 관계자는 “정부 사업 특성상 수요 조사나 민첩한 기술대응 등이 어렵고, 개발기업도 실질적 수요자(국민)가 아닌 발주처 요구에만 맞춰 납품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가 서비스 개발에 투입하는 비용을 민간시장 창출을 위한 수가 지원 등에만 써도 산업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포함해 세계는 'AI 전쟁' 중이다. 국가가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이 우선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의료AI 역시 사실상 전 국민 의료정보를 보유한 두 기관이 서비스 개발, 제공까지 하는 주체자가 아닌 민간이 사업을 영위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AI 개발과 확산에 핵심인 수가를 적용하고, 데이터 규제 개선에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

송승재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장은 “각종 규제와 대국민 서비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부가 의료AI 서비스를 개발·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경쟁력 있는 서비스 개발과 산업육성을 위해서 의료AI 수가화로 도입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디지털헬스 서비스 수요를 만들고 활용하는데 초점을 맞춰야지 민간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의료AI 영역 역시 정부가 주도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보다는 기업이 역량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 “현행 개인정보보호법 등 법규제와 시민사회단체 등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 정부 주도 사업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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