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의원, 부정수출 자료 입수...불화수소 유출 적발 사례도 확인
일본 정부와 언론이 연이어 우리나라에 대해 '불화수소 북한 밀반출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일본에서 불화수소를 북한에 밀수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확인됐다.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가 내놓은 사례집에는 일본에서 17년 동안 30건 넘게 이뤄진 대북 밀수출 적발 사례가 적시됐다.
정부는 우리나라 전략물자 관리제도가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이어 가고 있는 일본에 우리나라 수출관리 제도의 폄훼 시도 중단을 촉구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의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로 촉발된 한-일 양국의 갈등이 전략물자 관리를 둘러싼 진실게임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1일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CISTEC)로부터 입수한 '부정수출사건개요'를 공개하고 일본이 과거 불화수소 등 전략물자를 북한에 밀수출하다 적발된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CISTEC의 2016년 공개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1996년부터 2013년까지 30건이 넘는 대북 밀수출 사건이 적시됐다. 그 가운데에는 핵개발·생화학무기에 활용할 수 있는 전략물자도 포함됐다.
CISTEC는 안보전략물자 수출통제 관련 이슈를 연구·분석하는 일본 유일의 비정부기관(NGO)이다. 일본 기관으로부터 자국 영토에서 이뤄진 북한 전략물자 밀수출 시도 사례를 다수 확인한 셈이다.
자료에는 불화수소의 대북 밀수출 사례도 실렸다. 1996년 1월 일본의 한 민간업체는 오사카 항에 입항한 북한 선박에 불화나트륨 50㎏을 선적했다. 같은 해 2월에는 고베 항에 입항한 북한 선박에 불화수소산 50㎏을 수출 탁송품으로 선적했다.
이낙연 총리는 11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국이 북한에 불화수소를 밀수출한 적이 있느냐'는 하태경 의원 질의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이 총리는 “일부 기업에서 전략물자를 밀수출하려는 시도가 있을 때마다 적발했고, 억류 조치를 취하거나 유엔 제재위원회와 함께 제재를 가하는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일본이) 안보까지 관련 지어 경제 보복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우리가 유지해 온 한·미·일 안보 체제를 흔들 수 있는 대단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는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일본 측이 근거로 삼은 자료가 국내의 불확실한 보도 또는 정치권의 유출에 의한 것이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정부도 일본 언론의 의혹 제기는 근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CISTEC 홈페이지에 공개한 불법 수출 사례에서도 일본산 불화수소가 우리나라를 경유해 북한으로 반출, 적발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최근 우리나라 수출통제 제도 실효성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국가는 일본밖에 없다. 일본은 우리나라 수출통제 체제 폄훼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NHK는 지난 9일 “일본산 불화수소가 북한 등에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NHK 논리대로라면 일본 정부의 전략물자 관리 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일본 언론은 우리나라 전략물자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의 기사를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산케이신문 산하 후지TV는 10일 “한국에서 무기로 전용 가능한 전략물자가 밀수출된 안건이 4년 동안 156건이나 된다”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은 11일자 1면에 “생화학 무기를 포함해 대량파괴무기 제조로 전용 가능한 물자를 시리아, 이란 등 북한 우호국에 부정 수출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