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 꽉 막힌 규제 숨통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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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경쟁, 분산ID·비상장 주주명부 관리 서비스 등 블록체인의 시험대 마련, 금융권의 통신·유통 분야 진출.'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후 100일 동안 변화한 금융시장의 새로운 모습이다.

지난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도입을 핵심으로 한 금융혁신지원특별법 시행 이후 9일까지 100일간 총 37건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다.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10건, 간편결제 등 여신전문금융업 6건, 자본시장 및 은행권의 블록체인 5건, 은행·보험·신용정보업 각 4건, 전자금융업과 대부업, 개인간(P2P) 금융 등 금융권 각 분야에서 혁신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NH농협손보, 레이니스트 등 인슈어테크로 대표되는 보험 분야와 핀다 등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등 총 3건은 이미 시장에 서비스를 내놓고 새로운 시도를 개시했다. 이 밖에 핀셋·비바리퍼블리카·마이뱅크·핀테크 등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4건과 디렉셔널의 P2P 방식 주식대차 중개 플랫폼, 페이플의 SMS 인증방식 출금동의 서비스, 한국NFC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등 7건이 이달 중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달 중 혁신금융위원회의 심사를 앞둔 7건, 사업 보완 후 재신청을 추진할 32건 등을 고려하며 연내 출시할 혁신서비스는 40건을 쉽게 돌파할 것으로 관측된다.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경쟁에 시중은행도 참전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경쟁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촉발한 대표 분야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기업만도 이미 10개사다. 통신료 납부정보를 기반으로 대출상품을 추천하는 핀크까지 포함하면 총 11개사에 이른다.

핀테크 업체 핀다는 4일 가장 먼저 서비스를 출시했다. 핀다는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상품 '살만한 플러스론' '살만한 알레그로' '살만한 직장인 신용대출'을 취급한다. 추후 은행의 대출상품까지도 서비스를 확대할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이 촉발시킨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경쟁은 시중은행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KB금융그룹은 지난 1일 은행·캐피털·카드·저축은행 등 계열사 4곳의 대출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는 'KB 이지 대출'을 선보였다.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도 계열사 통합검색으로 맞대응 하는 분위기다.

이런 변화는 금융당국이 금융규제 샌드박스 테스트 결과에 따라 '대출모집인 제도 모범규준'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기존 1사 전속주의 아래에서는 대출모집인은 하나의 금융회사와 모집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금융위는 금융규제 샌드박스에 맞춤형 대출비교 플랫폼 신청이 쇄도하자, 온라인 플랫폼에 한해서는 카드모집인에 대해서도 1사 전속주의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선회했다. 이날 금융규제 샌드박스 100일을 기념해 열린 현장간담회에서도 금융위는 온라인 대출상품비교 플랫폼 출시에 대한 현장 애로를 직접 청취하며 추가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물꼬 트인 블록체인 서비스

블록체인 분야도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신규 서비스를 위한 기회를 찾은 대표 영역이다.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블록체인 관련 서비스는 총 5개로 개인투자자 대차거래 플랫폼,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등 자본시장 분야에 주로 몰려있다.

디렉셔널의 P2P 방식 주식대차 중개 플랫폼은 이달 시중에 선보인다. 신한금융투자 등 증권사와 협업, 서비스 개시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부동산 수익증권 거래 플랫폼 카사코리아 역시 9월까지 모의테스트를 거쳐 10월 서비스 허용 여부를 확정한다.

블록체인 기반 분산ID 서비스는 금융규제 샌드박스 허용으로 가장 극적으로 서비스 모델을 찾은 경우다. 분산ID는 온라인상에서 블록체인 등 분산원장을 기반으로 사용자가 스스로 자신의 이름과 나이, 개인 고유 식별정보 등에 대한 증명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

비상장기업 주주명부 및 거래활성화 플랫폼으로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은 코스콤은 플랫폼에 분산ID를 적용해 통신사와 시중은행 등과 연동에 착수한다. 뒤이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아이콘루프는 금융투자협회, 시중은행 및 지방은행, 유통회사 등에 분산ID를 적용하는 시범 테스트를 연내 개시하기로 했다. 소비자의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신원증명 절차를 간소화해 금융 이용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암호화폐와는 별개로 블록체인 기술 적용에 대해서는 적극 장려하겠다는 정부 방침이 불명확했는데 금융규제 샌드박스로 인해 블록체인 서비스 허용에 대한 불확실성이 풀렸다”면서 “연합전선을 꾸리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위는 블록체인 기반 분산ID 서비스 허용을 계기로 업계에서도 글로벌 표준 도입을 위한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이미 국제단위로도 분산ID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샌드박스를 통해 분산ID 사업자가 표준화를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 것”이라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해 국제 표준 논의에 국내 사업자도 적극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권 중심으로 시작된 금융과 산업 간 영역 파괴는 금융권 전 업권으로 확산할 공산이 크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 우리은행의 드라이브스루 출금 등 은행권에 부수 업무를 우선 허용했지만 추후 금융과 산업의 융합으로 추가 상승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분야를 발굴해 장려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산업계의 금융권 진입이 이어지며 업종 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빅블러(Big-blur)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금융권 역시도 통신, 유통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단초가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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