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17>외국인 유학생을 바라보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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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학에서 공부가 재미있어요.” 한국의 정보통신기술(ICT) 경쟁력에 매료돼 우즈베키스탄에서 유학 온 학생이 기분에 들떠 약간은 상기된 표정을 짓는다. 1980년대 우리가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떠났을 때 상황과 비슷하다. 2019년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학생은 15만명을 넘어섰다. 10년 전에 비하면 두 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정부의 대학 글로벌화와 국내 재학생 감소로 고민하는 대학의 이해가 맞물린 결과다. 그러나 대학마다 15% 이상 외국인이 캠퍼스를 누비고 있지만 체계화한 유학생 관리는 대체로 초라한 편이다.

다양한 이유로 외국인 유학생의 중도 탈락자가 6.6%를 넘을 정도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대학의 관리 소홀을 첫 번째 이유로 꼽지만 숨겨진 중요한 이유도 많다. 애초부터 공부보다 유랑에 관심 있는 유학생도 있지만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학문 탐구 준비가 덜 된 채 유학을 택한 이유도 있다. 책임 소재를 묻기에 앞서 광범위한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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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 탈락 자체가 사회 문제화 될 리 없지만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거나 범죄 조직에 유입되는 경우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 호감도도 낮아진다. 사실상 유학생 관리 소홀로 공단과 범죄 조직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주장도 마냥 무시할 수 없다. 외국인 유학생의 철저한 관리와 학사 지도로 중도 탈락을 최소화해야 한다.

외국인 유학생의 한국 인식 제고는 중요한 이슈다. 우리나라에서 공부했다고 해서 당연히 한국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유학생들의 한국 호감 지수를 높여야 한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은 유학생들이 한국 문화와 사회를 체험하도록 행사를 열고, 개인 멘토를 지정해 상담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대학은 그들에게 관심조차 기울일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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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학생들의 유학생을 보는 시선도 개선돼야 한다. 수업 시간에 그들을 멀리하기에 앞서 다양한 그들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미래 동반자로서 유학생을 대해야 한다. 오히려 그들의 생각과 문화를 배우고 세계화에 한 걸음 더 접근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내 편이 아니면 존중하지 않는 풍토는 곤란하다.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낮은 나라의 국민이라는 이유로 무시하는 풍조도 바람직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이 미래의 우리나라 협력자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많은 지도자가 유학으로 선진 기술과 행정을 배우고 돌아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의 외국인 유학생 관리 방식 변화가 우려된다. 체류 지침 강화, 불법 취업 단속, 국민건강 의무 적용 등을 강화해서 관리하려는 통제정책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귀국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유랑형 유학생은 엄격하게 솎아 내는 지혜를 강구해야 한다. 이탈하는 외국인을 통제하기 위해 모든 유학생에게 적용하는 '길거리 음주단속'식 정책보다는 자유로운 대학 환경을 만끽하면서 이탈자를 엄격하게 규율하는 수준 높은 정책으로 순기능 극대화와 역기능 최소화를 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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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유학생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 가운데 하나다. 그들이 품은 청운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고 격려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가 발전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대학과 사회가 외국인 유학생의 친구가 되고 동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통 큰 나라,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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