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콜라를 비교해봤다. 사람들은 미세한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래도 콜라 맛이 거기서 거기지, 100년이 걸릴 일은 아니었다. '만년 2위 펩시코'를 100년 만에 1위로 만든 주인공이 인드라 누이다. 우리는 그녀를 가장 뛰어난 CEO 중 한 명으로 꼽는다. 그녀가 얼마 전 12년 만에 펩시코 CEO 자리를 내놓았다. 86세 어머니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회사를 떠난다고 했다. 그녀도 환갑이 지났다.
누이는 1955년 인도에서 태어났다. 1978년 미국으로 건너가 예일대에서 MBA 과정을 밟았다. 보스턴컨설팅그룹, 모토로라, 뉴욕연방준비은행 등에서 경력을 쌓은 후 펩시에 합류했다. 당시 펩시 CEO였던 웨인 칼로웨이의 제안은 달콤했다. “펩시를 당신을 위한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겠습니다.” 누이는 주저 없이 펩시를 선택했다. 그녀는 부사장,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쳐 2006년 10월 유색인 출신, 여성 최초 펩시코 CEO가 됐다. 이후 펩시는 그녀에 의해 '특별한 공간'으로 바뀐다.
만년 2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체질 개선과 코드전략이다. 임원들의 체질을 '1등 DNA'로 바꿔주는 것과 '가족 리더십'으로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다. 가족 같은 회사를 만든 누이는 서로 비전을 공유했다. 술자리에서만 '가족 같이'를 외치는 우리의 그것과 달랐다. CEO와 구성원이 함께하는 회사 코드를 만들었다. '코카콜라를 2위로 만드는' 미션이었다. 결속력이 필요했다. 누이는 임원 부모와 배우자에게 감사 편지를 썼다. “펩시코의 훌륭한 인재로 키워줘서 고맙습니다.”
누이의 코드는 우리 기업인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직원과 함께 할 비전을 만들었는가' '비전을 수행하기 위한 실행전략을 구체화하고 밀어 붙였는가'가 핵심이다. 많은 CEO와 직원들은 착각한다. '직원과 함께 할 비전'과 '직원과 함께 만드는 비전'의 차이를. 비전을 만드는 건, 직원의 몫이 아니다. 경영목표를 구현할 CEO 고유의 영역이자 코드다.
누이는 1등 전략에 몰입했다. 그녀는 콜라 시장 위기에서 가능성을 읽었다. 콜라 시장 전쟁에서 종합식음료시장 전쟁으로 싸움판을 바꿨다. 새로운 용병으로 '퀘이커오츠'를 영입했고 스낵업체를 인수했다. 이를 앞세워 스포츠와 이온음료, 주스, 스낵시장으로 싸움을 확전했다. 싸움은 쉽지 않았다. 투자자인 넬슨 펠츠 회장은 음료와 스낵으로 분사할 것을 요구했다. 결국 '하나의 힘(Power of One)'을 앞세운 누이가 이겼다.
누이는 “리더의 과제는 구석구석 돌아보며 너무 늦기 전에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디테일은 조직을 미치게 만들지만 디테일 때문에 땀을 흘리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악마는 디테일에 숨어있다'는 서양 속담이 있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미래의 청사진도 디테일을 가볍게 보다간 결실을 맺지 못한다.
디테일은 '한 끗 차이'로 승패를 갈라놓는다. 마치 미세한 코카와 펩시 맛처럼 말이다. 디테일은, 생각해보면 별 것도 아닌 작고 사소한 '각성'이다. 그 각성이 체질을 변화시키고 싸움에서 승리로 이끈다. 누이의 디테일로 펩시는 각성했고 '특별한 공간'에서 1등도 경험했다. 인드라 누이 재임 12년, 그녀만의 비전과 디테일의 힘을 보여준 시간이었다.
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