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훙하이정밀공업)이 반도체 사업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해 사업 계획을 발표한 이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부품, 소재 등을 구매하는 움직임이 본지 취재로 파악됐다.
폭스콘은 아이폰 제조사로 널리 알려진 대만 회사다. 그러나 애플뿐만 아니라 델, 소니, 화웨이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이 폭스콘에 제조를 맡기고 있다. 전자제품을 대신 만드는 위탁생산업체(EMS) 가운데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전체 그룹 매출이 약 5조대만달러(약 188조원)에 이른다.
폭스콘은 중국에 공장을 마련해 시스템반도체를 직접 제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속 성장을 추진해야 하는 폭스콘에 필연적인 전략으로 해석된다. EMS는 산업 특성상 수익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상 완제품 제조 시 수익성을 개선하려면 핵심 부품을 내재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폭스콘 역시 핵심 부품 주도권을 잡아 도약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폭스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건 우리나라 산업계의 무시 못할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콘은 일본 샤프를 인수하며 국내 디스플레이업계 경쟁자가 됐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서도 국내 기업과의 경쟁 관계를 형성했다. 폭스콘은 일본 도시바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사업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비록 일본 정부의 불승인으로 도시바 메모리 사업 인수는 무산됐지만 폭스콘의 야심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전자부품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은 2020년 대만 총통선거에 출사했다. 평소 '삼성 타도'를 외치던 그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판이 바뀔 수도 있다. 폭스콘의 반도체 사업이 비록 작은 규모로 출발한다 해도 관심을 기울여서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