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5세대(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모뎀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통합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출시에 박차를 가한다. 모뎀과 AP가 분리된 5G 반도체를 단일 칩으로 구현, 5G 칩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5G 원칩'은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혔지만 두 회사의 상용화 시점은 2020년 이후다. 삼성이 '업계 최초'를 목표로 5G 원칩 상용화에 속도를 내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허국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전무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포스코P&S타워에서 개막한 '제2회 전자신문 테크위크' 콘퍼런스 기조연설자로 나서 “삼성은 지난해 8월 5G 모뎀칩셋을 상용화한 데 이어 올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스마트폰을 출시했다”면서 “조만간 5G 모바일 SoC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oC는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모뎀 등이 단일 칩으로 통합된 반도체를 뜻한다. 칩 위에 시스템이 구현됐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나온 5G 스마트폰에는 모뎀과 AP가 분리된 형태로 들어갔다. 모뎀은 통신 역할을 하는 반도체, AP는 연산과 처리를 맡는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다. 5G 통신이 이제 막 상용화됐기 때문에 모뎀과 AP가 따로 개발됐고, 통합 칩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삼성은 이를 빠르게 원칩화하겠다는 것이다. 원칩을 하게 되면 스마트폰 만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또 2개 반도체를 하나로 통합했기 때문에 폰 설계뿐만 아니라 제조 공정도 단순화할 수 있다.
삼성 5G 원칩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5G 시장 선점에 맞춰져 있다. 현재 모뎀과 AP 등 5G 솔루션을 보유한 곳은 전 세계에 삼성전자와 퀄컴, 화웨이, 미디어텍 정도다. 인텔이 5G 모뎀 개발을 추진했지만 사업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또 현재까지 5G 통합 칩을 개발했다고 밝힌 곳도 퀄컴, 미디어텍뿐이다. 퀄컴은 지난 2월에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미디어텍은 지난달 5G 통합칩 개발을 각각 알렸다. 그러나 미디어텍은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에 반도체를 공급해 왔기 때문에 5G 모바일 칩 시장 경쟁은 사실상 퀄컴과 삼성전자 경쟁으로 압축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기회가 열려 있는 셈인 데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시점이어서 기술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퀄컴보다 먼저 5G 통합 칩을 출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퀄컴은 2020년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는 반면 삼성은 이보다 앞선 상용화가 목표다.
삼성 5G 통합칩의 구체적인 적용 대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이나 플래그십 모델 탑재가 예상된다. 이후 중국이나 미국 등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로 공급이 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의 5G 통합 칩은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과도 맞닿아 주목된다. 삼성은 2030년 시스템 반도체 분야 1위 달성을 선언했다. SoC, 이미지센서, 파운드리 등이 모두 시스템반도체에 포함되는 가운데 5G 모뎀 칩과 AP를 함께 넣은 SoC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사업 핵심 제품의 하나가 될 것으로 주목된다. 모바일 반도체 시장 강자인 퀄컴과의 본격 경쟁도 기대된다.
올해 두 번째 열리는 전자신문 테크위크는 첫날 반도체에 이어 13일 디스플레이, 14일 배터리/전자부품 세션이 이어진다.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