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인터넷이 보편적 역무로 지정된다는 의미는 지대하다.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속도뿐만 아니라 커버리지, 보급률 등 모든 면에서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초고속인터넷 활용률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도 포함됐다. 초고속인터넷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한 국가는 7개국에 불과하다.
◇3년 전부터 준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6년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을 위한 기초 연구를 시작했다. 보편적 역무 지정은 기술 발전 정도와 보급률, 공공 이익과 안전, 사회복지 증진, 정보화 촉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는 만큼 수집해야 할 자료가 많았다.
2017년 첫 데이터를 도출했다. 전국 구석구석까지 초고속인터넷 제공(가능) 유무와 품질을 파악한 자료다. 과기정통부는 자료를 바탕으로 보편적 역무 지정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문재인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세부 실천과제로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을 선정하며 탄력이 붙었다. 2017년 말 50가구 미만 대상 농어촌 광대역통합망(BcN) 사업이 완료된 것 역시 영향을 미쳤다.
과기정통부는 지난해 4월 '보편적 역무 제도 개편 연구'를 완료했다. 초고속인터넷 커버리지 현황, 비용, 사업자 수, 손실보전금 등 제반사항을 망라했다. 이후 세부 방안과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해 12월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을 위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통신 국민 편익 증진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은 서비스 커버리지가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인프라 설치가 안 된 지역이 많은 데 보편적 역무로 지정하면 사업자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용자 측면에서는 인터넷이 제공되지 않던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용자가 1~2가구밖에 안 되는 오지 등에는 사업자가 망 설치를 꺼린다. 월 이용료 수익보다 200~300m 광 케이블을 설치하는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전국 2000만 가구 중에서 이 같은 이유로 초고속인터넷을 연결하지 못하는 가구는 3~4%로 추정된다. 60만~80만 가구가 초고속인터넷을 사용하고 싶어도 사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통신사 관계자는 “속도가 1~2Mbps인 과거 ADSL은 대부분 가구에 다 연결된다”면서 “하지만 50~100Mbps급 초고속인터넷이 연결 안 되는 가구가 아직 80만 가구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을 통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 분야 '국민 편익'이 한 단계 진화하는 것이다.
◇제공 사업자 선정이 최우선 과제
과기정통부는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지정에 대한 세부 고시를 마련한다. 기존 보편적 역무 관련 고시에 초고속인터넷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새롭게 결정해야 할 사항도 많다.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를 1개 사업자로 할지, 2개 이상 복수 사업자로 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시내전화, 공중전화, 도서통신, 선박무선은 KT가 보편적 역무 제공사업자다. 매출액 300억원 이상인 다른 사업자가 매출액에 비례해 보편적 업무에 따른 KT손실을 분담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제공사업자 수는 일단 사업자 신청을 받아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협의체 논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시내전화 등을 보편적 역무로 지정할 때와 경쟁 상황이 달라진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복수 사업자를 지정할 경우 서비스 제공 지역을 분배하는 방안도 예상된다. 이 경우 손실 분담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초고속인터넷 보편적 역무 속도 기준을 몇 Mbps로 할지도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통신업계는 50~100Mbps 사이로 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물리적으로 인프라 설치가 어려운 지역에 대한 서비스 제공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 무선(TV화이트스페이스 등) 서비스로 대체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