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52년만의 주류세 개편…업계 '화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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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맥주와 탁주(막걸리 등)에 대한 세금 부과 방식이 내년부터 종량세로 바뀐다.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매기던 주류 과세 방식(종가세)이 52년 만에 용량에 비례해 매기는 종량세로 변경되는 것이다. 맥주와 소주 등 각각의 업체가 모두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는 평가다. 정부와 주류업계는 국산 주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5일 당정협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주류 과세체계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 간 세금 간격 탓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평가받던 역차별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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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사진=전자신문 DB.

특히 맥주 업계는 정부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수제맥주협회는 “오랜 기간 업계가 고대했던 종량세 시대가 도래한 것에 기쁜 마음을 감출 수 없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더욱 고품질의 저렴한 맥주를 선사하기 위해 업계 전체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노력할 것”이라 밝혔다.

맥주업계 1위 오비맥주는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하면 할수록 세금을 더 내는 구조로 차라리 수입하는 것이 이익이 나는 구조였다”면서 “종량세 도입으로 해외에 나갔던 생산 물량이 한국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져 내수 활성화는 물론 고용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종량세 전환으로 맥주는 내년부터 L당 830.3원의 주세가 붙는다. 주세 교육세(주세액의 30%) 부가가치세 등 세 부담이 국산 캔맥주는 23.6% 줄어든다. 반면 국산 병맥주, 페트병 맥주는 각각 1.8%, 3.1% 늘어난다.

국산 맥주는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을 합친 출고가격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이 과세표준의 112.96%에 해당하는 세금(주세·교육세·부가세 포함)을 매겨온 반면, 수입 맥주는 이윤과 판매관리비를 제외한 수입신고가격이 과세표준이었다.

따라서 수입 맥주의 세금 부담이 덜했고 저가 수입맥주 브랜드는 500㎖ 4캔에 1만원, 355㎖ 5~6캔에 1만원 같은 저가 물량 공세가 가능했다. 물량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수입맥주의 공세에 국산 맥주는 시장점유율이 계속해서 떨어졌다. 세금 출발 선상이 다른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점이 제기된 이유다.

과거 한 외신 기자의 '한국 맥주는 북한의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라는 논란으로 시작된 국산 맥주 맛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 중 하나지만 수입맥주의 높은 가격경쟁력이 시장 점유율을 높인 주요 원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번 과세체계 개편이 맥주는 물론 국내 주류업계 경쟁력 향상을 가지고 올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종량세 도입으로 캔맥주 기준 주세는 100~150원 가량, 교육세와 부가세를 포함한 전체 세금은 400원 가까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캔맥주는 제조원가에서 용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 가격단위로 세금을 매기면 불리했다. 하지만 술의 양에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전환되면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캔맥주 500㎖ 상품 가격은 약 2800~2850원으로 제조원가와 유통마진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가격은 2500원 전후로 떨어질 수 있다. 수입맥주처럼 국내 캔맥주도 4캔 1만원 판매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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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업계는 이번 종량세 개편에서 제외되면서 안도하는 모양새다. 소주에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세금이 대폭 올라가 소비자 가격 인상이 불가피 해 업체는 물론 소비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됐다.

정부의 개편안 발표에 앞서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주류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도 소주업계는 이러한 점을 강조하며 소주의 종량세 도입을 반대했다.

이날 이종수 무학 사장은 “맥주에만 논의되던 종량세 전환이 전 주종으로 확대되면 50년간 지속되던 산업 구조가 한꺼번에 바뀔 수 있다”면서 “소주에 대한 종량세 개편은 이에 대한 파급력이 조금 더 연구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소주 업계 입장을 대변했다.

위스키 업계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높은 세금을 부과하고 있는 위스키의 경우 다소 세부담이 내려가기를 원했다는 입장이다.

위스키업계 관계자는 “이번 종량세 전환 주종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안도하고 있지만 소주와 함께 증류주로 묶여 있어 오히려 세부담이 조금 내려가기를 기대한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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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주업계에는 마냥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다. 출고가 대비 72%의 세금이 부과돼 수입제품과 형평성 논란이 있었던 맥주와는 달리 탁주는 기존 5% 세금이 부과돼 상대적인 세금 부담은 적었기 때문이다.

탁주업계는 종량세 전환을 통한 세율 변화보다는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다. 주세법 개정을 통해 '탁주'의 가용 범위를 넓혀 달라는 주장이다. 실제 막걸리에 향이나 색소를 첨가할 경우 주세법상 기타주류로 분류돼 탁주 세율을 적용받지 못하고 기타주류 30%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탁주업계 관계자는 “수년간 제자리걸음이었던 주세법 개정이 점진적으로나마 이뤄진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라면서 “맥주와 탁주를 시작으로 충분한 고민을 통해 다른 주종으로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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