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혁신위원회'를 두고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29일 바른정당계 최고위원들은 안철수계가 제시한 '정병국 전권 혁신위원회' 안을 수용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손학규 대표는 지도부 거취를 논의하는 혁신위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오늘 최고위원회의 전에 (바른정당계가 정병국 혁신위 수용을) 기자회견에서 발표했는데 이것은 정치공세”라며 “절대로 정치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당이 미래를 향해서 새로운 기틀을 잡는 차원에서 혁신위가 구성되고 운영돼야 한다”며 “혁신위가 대표 거취 문제를 얘기하는 건 반대”라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혁신위가) 성역 없다는 게 지도부 전체, 대표 퇴진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라면 그런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혁신위원장으로)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분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혁신위가 당내 권력싸움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원외에서 좋은 분 있으면 그런 분을 찾는 게 또 하나의 방법”이라며 “혁신위가 대표의 거취를 논의한다면 반대한다”고 퇴진 뜻이 없음을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선출직 최고위원 5인인 오신환 원내대표와 하태경·이준석·권은희·김수민 최고위원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계가 제시한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한 전권혁신위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전권혁신위를 설치해서 당 혁신과 관련한 의제를 다루게 하고, 최고위는 그 결정을 조건 없이 수용해 더 이상의 소모적 갈등을 중단하자는 제안이 있었다”며 “내분을 수습하고 총선까지 당 진로 개척할 마지막 방안이라는데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손 대표가 '전권 혁신위'를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다시 당내 갈등은 재연되는 모양새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최고위 직후 기자들에게 “혁신위가 어떤 내용이라도 다뤄서 기존 기득권을 내려놓는 안을 내놓으면 그 자체가 혁신으로 가는 길”이라며 “이것은 안 되고 저것은 안 되고 재단한 상태에서 일부 권한만 있는 혁신위는 (안된다)”고 말했다.
오 원내대표는 “공천권을 갖는 비상대책위원장을 모시는 것도 아니고 권한에 대해 제한을 두지 말고 혁신안 만들어 내자는 취지”라며 “지도부 퇴진을 일부 유예하면서 다른안을 모든 구성원이 받아들일 수 있으면 수용하고, 지도부 퇴진까지 포함한 새로운 혁신안이 나오면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원내대표는 “당을 지금과 같이 하면 안 된다는 판단에서 내린 대승적 결단인데 외부에서 위원장을 데리고 온들 다른 구성원들이 동의하겠는가. 혁신안이 아니라 여전히 한줌뿐이 안 되는 권력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손 대표를 만나서 그 부분 대해 오해 불식하고 말씀 드리겠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