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용 배터리 생산규모 2025년까지 20배로 늘려
SK이노베이션이 리튬이온 배터리 기술의 '끝판왕' 격인 NCM 9½½ 배터리를 2021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 또 2025년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 규모를 현재의 20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25년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 톱3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벌리기 위해 올해 말까지 니켈 비중을 90%까지 끌어올린 NCM 9½½ 배터리 개발을 끝내고 이르면 2021년 또는 2022년 글로벌 자동차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NCM 9½½은 니켈·코발트·망간 비율이 90%, 5%, 5%인 양극재를 쓰는 배터리다.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을 높이면 에너지 밀도를 최소 670Wh/ℓ 이상으로 높일 수 있어 1회 충전에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NCM 622, 지난해에는 NCM 811을 업계 최초로 상업화했다. 이미 NCM 9½½ 배터리 고객사도 확보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연간 약 5GWh 수준인 생산 규모를 2025년 100GWh로 20배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430GWh인 수주 잔액은 2025년 기준 700GWh로 늘어날 것이 전망된다. 이를 위해 중국, 헝가리,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국내 투자 여부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의 수주 확대가 전제로 작용한다.
SK이노베이션은 '비욘드 전기차 배터리' 전략도 구체화했다. 2년 전 최고경영자(CEO) 직할로 e모빌리티 스터디 그룹을 만들고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해 온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에 서비스 개념을 포함한 만드는 서비스형배터리(BaaS) 전략을 내놨다. 단순히 배터리 생산 전문 업체가 아니라 △수리(Repair) △렌털(Rental) △충전(Recharge) △재사용(Reuse) △재활용(Recycling)의 '5R' 전략을 기반으로 생태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장은 “배터리 가격을 전기차에 포함시키지 않고 렌털 방식을 도입한다면 보조금 없이도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전기차 확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배터리 소유권이 소비자에게 있지 않고 렌털 회사가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폐배터리 수거나 재사용, 재활용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를 비롯해 소재·화학 등 성장 사업의 자산 비중을 현재 30%에서 2025년까지 60%로 늘리기로 했다. 소재 사업의 경우 배터리 분리막(LiBS) 생산 능력을 2025년까지 연 25억㎡ 이상으로 키워서 시장점유율 30%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학 사업은 다우로부터 인수한 핵심 소재 EAA·PVDC를 포함해 새 주력 사업인 패키징 분야에서 고부가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기로 했다. 주력 사업인 석유 사업은 성장률이 높은 베트남, 미얀마,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 중심으로 석유제품 아웃렛을 확대한다.
윤활유 사업은 렙솔, 페르타미나, JXTG 등과의 파트너링을 다른 메이저 업체로 확대한다. 전기차용 윤활유는 공급도 시작했다. 석유개발 사업은 중국, 베트남 중심 아시아와 미국 셰일오일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이날 김 사장은 '독한 혁신'을 선언했다. 지난 2017년 5월 전장을 알래스카에서 아프리카 초원으로 옮기자는 '초원 전략'을 내놓은 지 2년 만에 나온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딥체인지 2.0 핵심인 '글로벌'과 '기술' 경영 전략에 '그린'을 추가, 3대 성장축으로 삼겠다는 복안도 내놨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