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일본 업체도 '反 화웨이 동맹' 가세

미국 정부의 화웨이 제재 여파가 세계 부품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23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화웨이에 일부 부품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한 기술이나 소재·부품으로 제조한 제품의 경우 미 정부 제재를 받을 수 있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한다는 것이다. 거래 중단 대상 부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단 스마트폰과 관련된 부품으로 알려졌다.

파나소닉 측은 “해당 제품은 한정적이어서 회사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파나소닉 결정이 다른 일본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니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화웨이에 전자부품 등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은 100개사를 넘는다. 지난해 거래 규모가 7000억엔(약 7조원)에 달했다. 교세라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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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세계적 반도체 설계업체인 영국 암(ARM)도 화웨이와 거래 중단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BBC는 ARM 내부 문서를 입수해 ARM이 직원들에게 화웨이 및 자회사와 사업을 중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ARM은 직원들에게 모든 업무를 중단하도록 하면서, 규정을 어기면 개인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ARM은 세계적 반도체 설계 업체다. 프로세서를 직접 제조하는 대신 설계 방법이나 반도체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특히 저전력 프로세서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퀄컴, 애플, 삼성전자도 ARM 설계를 기반으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만들고 있다. 화웨이 자회사인 하이실리콘에서 설계하는 AP 역시 ARM 기술이 들어가 있다.

이에 따라 ARM이 화웨이와 사업을 중단할 경우 화웨이가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전문가는 “ARM의 중단 조치가 장기화되면 화웨이 사업에 극복할 수 없는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화웨이 5세대(G) 통신망 관련 장비 역시 ARM 설계를 기반으로 한 제품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 본사를 둔 ARM이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ARM 설계가 미국의 원천기술을 포함해 미국 정부의 거래제한 조치에 영향을 받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ARM은 “미국 정부의 최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조치”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기업 리스트에 올렸다. 미국 업체들이 해당 회사들에 부품 수출 등 거래할 때 미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그러나 미국 업체뿐만 아니라 미국 기술이 들어간 다른 나라 기업 부품이나 제품까지 미 정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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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 5G 칩셋 기린980과 바롱5000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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