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23일 '재계 10위권 밖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대기업'과 만난다. 신세계, KT, 한진, CJ, 두산 등 총 24개 대기업 전문경영인(CEO)이 참석 대상이다. 벤처 출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10조원 대기업'이 된 카카오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기업에 자발적 개혁을 당부하고 의견을 듣는다. 지난해 10대 그룹 간담회에서 '총수 일가의 비주력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당부한 것처럼 중위권 대기업에도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3일 재계 10위권 밖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CEO들과 처음 간담회를 갖는다. 공정위는 15일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을 지정해 자산총액 기준 대기업 순위를 확정했다. 그 가운데 1~10위를 제외한 자산총액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23일 간담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김 위원장이 대기업과 간담회를 하는 것은 1년 만이다. 10위권 밖 대기업과 회동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취임 후 4대·5대·10대 그룹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10위권 밖 대기업에 대해선 이제껏 공정위·시장의 관심이 상대적으로 없었다고 판단, 회동 대상을 넓혔다.
세 차례 간담회에 매번 참석한 삼성, 현대차, SK 등은 빠진다. 그 대신 11~34위에 속한 신세계(11위), KT(12위), 한진(13위), CJ(14위), 두산(15위) 등이 참석한다. 최근 경영권 갈등이 불거진 한진·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28위) 등과의 만남에서 김 위원장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벤처 출신 ICT 기업 최초로 자산총액이 10조원을 넘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지정된 카카오도 김 위원장과 만난다. ICT 기업이 잇달아 대기업 반열에 올라서면서 대기업집단 지정 제도 개편 요구가 커지는 만큼 카카오가 내놓을 의견에도 관심이 크다. 카카오에선 여민수 대표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24개 대기업에 '자발적 개혁'을 당부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10대 미만 그룹은 10대 그룹과 비교해 수익이 적고, 지배구조 변화 속도가 느린 점 등 '비즈니스·거버넌스 리크스'가 상대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비즈니스·거버넌스 리크스에 선제적, 자발적으로 대응해 달라는 메시지를 던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만에 하는 간담회인 만큼 '강력한 주문'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대 그룹과의 간담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거론하며 대기업 총수 일가에 “비주력·비상장 계열사 지분을 팔라”고 주문했다. 이후 재계에선 사업 구조 재편 움직임이 일었다. 업계 관계자는 “간담회 발언은 김 위원장이 임기 3년차를 맞는 시점에 내놓는 핵심 메시지가 될 것”이라면서 “재계에선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