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개 방송·통신 기업 결합을 동시에 심사하는 사상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는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심사와 더불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심사하게 됐다. 방송통신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에 앞서 과기정통부에 사전동의 여부를 결정한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 여부, 과기정통부는 방송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 방통위는 방송 공익성을 핵심 심사 기준으로 각각 심사한다.
사상 처음으로 2개 이상 방송통신 기업 기업결합 신청이라 심사 기준이 될 미래 시장상황과 관련해 복합 변수가 발생, 논쟁이 가열될 전망이다.
정부가 LG유플러스·CJ헬로 인수 심사 시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합병을 가정 또는 가정하지 않는 경우에 따라 전체 방송통신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
반대 경우도 마찬가지다.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 심사에서도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허가한 상태에서의 시장상황, 불허한 상태에서의 시장 상황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달라진다.
정부가 기업결합 이후 또는 이전 상황을 심사기준으로 삼을지 여부에 따라 인가조건은 물론 전체 심사기간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공식화한 만큼 정부가 모든 변수를 고려해 양사 심사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하나의 트랙에 올리는 '병행 심사'를 주장한다.
기업 인수합병은 방송통신시장 전체의 구조 개편 이슈인 만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개별 기준으로 심사할 게 아니라 하나의 기준과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달 28일 공정위에 임의적 사전심사 요청서를 접수했다. 이는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최대한 서두르며 행정적으로 공식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됐다.
반면에 LG유플러스는 병행심사는 부당하다는 기류다.
3위 사업자로서 방송통신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만 아니라 역대 통신시장 재편기 등을 봐도 선례가 없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보다 2개월 이상 앞선 지난 2월 14일 인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상당부분 심사가 진행된 만큼 조속한 결론을 요청했다.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를 유지하고, CJ헬로 지분을 인수한다. 직접적 시장구조 변화를 유발하는 합병을 진행하는 SK텔레콤에 비해 고려할 항목과 절차가 적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하나의 트랙에 묶이는 것은 심사기간만을 늘려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는 신중한 입장이다.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등에는 병행심사와 관련한 규정은 없다. 정부는 시장상황 변화를 심사과정에서 살펴볼 수는 있지만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심사 기준'으로 삼는 것과 관련해서는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아직 기업으로부터 인수합병 신청서가 접수되지 않았고, 심사도 진행 중에 있는 만큼 구체 심사 기준을 어떻게 삼을지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