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앞둔 국회 '격랑'...문 의장 '쇼크'로 병원행, 패스트트랙 지정에 '난장판'

추가경정예산 심사를 앞둔 국회가 격랑(激浪)에 빠져들었다. 선거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개정을 위한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을 두고 아수라장이 됐다.

자유한국당 의원 60여명에게 몸싸움을 동반한 강한 항의방문을 받은 문희상 국회의장은 '쇼크'로 병원으로 갔다. 한국당은 이 과정에서 문 의장이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Photo Image
여야 4당의 선거제 개편안과 공수처 설치법 등을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 한것에 대해 규탄하는 자유한국당 비상의원총회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의원 60여명은 24일 오전 국회의장실을 찾아가 문 의장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문 의장에게 선거법,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에 키를 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사보임을 받아주지 말 것을 촉구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오 의원은 전날 바른미래당 의총 결과와 관계없이 패스트트랙 지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황이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오 의원을 사보임(교체)하고 다른 의원을 사개특위 위원으로 지정하려 하자 한국당이 문 의장을 찾아갔다. 사보임은 당 원내대표가 의장에게 요청하고 의장이 이를 수락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나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은 국회법 48조에 따라 임시회 회기 중에는 오신환 의원을 사보임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회법 48조는 의장이 특별위원회 위원을 개선(교체)할 때 임시회의 경우에는 회기 중에 개선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위원이 질병 등 부득이한 사유로 의장의 허가를 받은 경우에는 예외다.

한국당은 오신환 의원이 사보임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며 문 의장에게 사보임을 받아들이지 말 것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 의원과 설전을 벌인 문 의장은 '저혈당 쇼크' 증세로 국회 의무실을 찾았다. '병원에 가는 게 좋겠다'는 의무진 소견에 따라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이동했다. 문 의장은 이날 일정은 물론, 다음날인 25일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이계성 국회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의 국회 의장실 점거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나경원 원내대표 등 한국당 의원들이 24일 오전 국회의장 집무실에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와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고성을 지르고 겁박을 자행한 것은 있을 수 없는 폭거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 등의 요구에 국회법과 관행에 따라 순리대로 처리하겠다고 분명하게 입장을 표명했다”면서 “그런데도 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에워싸고 당장 약속을 하라며 다음 일정을 위해 이석하려는 문 의장을 가로막아 사실상 감금 상태가 빚어졌다”고 말했다. 국회 수장에 대한 심각한 결례이자 국회법과 절차를 무시하고 완력으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행태로 의회주의를 부정하는 처사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Photo Image
24일 오전 나경원 원내대표 등 자유한국당 의원 60여명이 문희상 국회의장을 찾아가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요구하는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사보임을 받아주지 말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은 문 의장이 자리를 떠나는 과정에서 이를 가로막는 임이자 의원 복부를 만지고,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고 주장했다. 이날 긴급 의총을 열고 문 의장 사퇴 촉구를 결의했다. 임 의원 역시 심각한 정서적 '쇼크'를 받아 병원으로 이동했다고 동료인 송희경 의원이 전했다.

하태경, 지상욱 의원 등 바른정당계 바른미래당 의원은 물론,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측근인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도 오신환 의원 사보임에 반대 뜻을 분명히 하면서 손학규 대표와 김관영 원내대표 등을 압박했다

이들은 “어제 당의 공식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추진은 당론이 아니고 사개특위 위원은 사보임은 없다고 공식 확인했는데 오신환 의원 사보임 추진이라니 공인의 공식약속을 이렇게 손바닥 뒤집듯이 해도 되는가”라며 “독재정권도 이렇게까지 헌법기관인 의원들을 깔보고 무시하며 독단적으로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패스트트랙 지정과 관련한 국회 상황이 악화되면서 25일 정부로부터 넘어올 추경예산 심사와 현안법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6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25일 국회에 제출한다. 추경안이 제출되면 국회는 국무총리로부터 시정연설을 청취하는 데 이어 기획재정위, 행정안전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환경노동위 등 12개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사, 본회의 의결 등의 처리 절차를 밟는다.

현 상황에선 내달 7일까지인 4월 임시국회는 물론, 5월 임시국회도 불투명하다. 마음이 급한 민주당은 한국당을 압박하며 국회의원 본연의 본분을 지키라고 압박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당의 장외투쟁은 오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당은 의사일정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추경 심사도 반대한다. 이날 '문재인정권 경제실정백서특별위원회'를 개최한 한국당은 “국민 혈세를 퍼 쓰기 위한 총선용 정치추경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