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인가?]<6> 당뇨·치매·항암... 게임 노인 질환 '극복 안내봉'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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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파게이밍은 게임을 통해서 암과 장애를 이겨냈다

건강한 실버생활 도구로 게임이 주목받고 있다. 당뇨, 치매, 항암치료를 이겨내거나 병 진행을 늦출 수 있는 '극복 안내봉'으로 활약한다. 게임 자체 혹은 게임 요소를 통해 노년 건강에 이바지한다.

66세 게임 스트리머 '그랜드파게이밍(GrndpaGaming)은 게임을 통해 암과 장애를 이겨냈다. 게임이 제공하는 몰입도, 판단 능력과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면서 주고받는 대화가 그렇게 만들었다.

그랜드파게이밍은 미국 해군 복무 도중 얻은 관통상을 비롯해 전립선암, 색전증, 아킬레스건 수술 후유증에 시달렸다. 지속해서 타는 듯한 통증이 몸을 강타했다. 처음에는 평소에 좋아하던 사격을 게임에서나마 하고 싶어 '배틀그라운드'를 시작했다. 게임을 하면 할수록 고통이 잊혀지고 병 차도가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렇게 게임을 계속했고 소통하는 게 좋아 방송도 시작했다. 지금은 스타 스트리머로 올라섰다.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TV 광고를 찍기도 했다. 지금도 거동이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사는 것이 즐겁다고 말한다.

그는 “투병 생활 중 게임이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며 “게임할 때 고통에서 해방됨으로써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게임을 하면 눈을 움직이고 판단하고 손이 자연스럽게 따라가는 운동을 할 수 있어 감각을 유지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며 “노년에는 손을 꾸준히 이용해야 하는데 실생활에서는 쉽지 않지만 게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그랜드파게이밍은 세인트루이스와 캔자스시티를 거점으로 미주리 주 일원에서 시니어 e스포츠를 조직한 커뮤니티 활동을 계획할 정도로 왕성한 삶의 의욕을 얻었다.

이러한 게임 몰입도와 성취감을 활용한 기능성 게임 개발도 이어지고 있다. 초기 기능성게임은 군사용 목적을 중심으로 한 훈련과 홍보활동이 많았으나 치료 목적에서도 쉽고 빠른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의료용 기능성게임은 환자에게 치료 효과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치료과정 불안감과 공포심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고 적합한 습관을 형성시킨다. 당뇨와 치매 등 국가 차원 관심과 재정지원이 필요한 의료분야에서 게임이 활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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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폴리160 화면

당뇨는 암, 뇌졸중과 함께 현대인 5대 질병으로 꼽히는 병이다. 병 자체만으로도 힘들지만 각종 합병증을 유발할 확률이 높아 관리가 필요하다. 당뇨병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식이요법을 비롯한 식생활 개선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생활 습관을 바꾸는 일은 어렵다. 장기간 지속하기도 어렵다.

안태홍 전남과학대 교수는 “환자는 식이요법을 가장 힘들어한다”며 “장시간 투병생활을 통해 흥미가 떨어지고 꾸준히 하는 것은 어려워서 포기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가 개발한 '롤리폴리160'은 당뇨병 환자가 스마트폰이나 PC를 이용해 식단을 기록하고 카드게임, 퀴즈게임, 터치게임으로 습관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한다. 어떤 것을 먹고 있는지 스스로 기록하고 확인하게 한다. 각종 미니게임을 하며 당뇨병에 관한 지식을 습득한다.

게임에 아바타를 구현해 관리를 열심히 하면 아바타가 웃고 있고 그렇지 않으면 슬픈 표정을 짓는다. 아바타에 정서적 친밀감을 느끼는 이용자는 자극을 받아 관리를 지속했다. 그 결과 당화혈색소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감소하고 당뇨병 지식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 교수는 “롤리폴리160을 사용한 환자는 당화 혈색소가 줄어들고 당뇨 지식이 높아졌다”며 “향후 롤리폴리160을 HTML5 플랫폼으로 만들고 지속 관리가 필요한 고혈압이나 인지능력 향상 파트를 응용한 치매 예방 게임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슷하게 로버트 슈 머링 하버드 의대 박사와 폴 콘린 미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은 온라인 게임이 당뇨병 환자 혈당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치매 극복을 위한 다양한 정책은 게임을 통해 인지능력 향상을 기대한다. 스웨덴과 핀란드가 2012년부터 현재까지 가동하는 '핑거'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양국 정부가 약 1조원 자금을 지원해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를 선정하는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에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핑거 프로그램 목표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 것이다. 1600여 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더니 치매 발병이 3년 이상 늦춰졌다. 치매 위험 노인에게 처방하는 '아리셉트'가 최대 1년 정도 치매를 늦추는 것과 비교하면 효과가 좋은 편이다.

핑거 프로그램은 총 다섯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컴퓨터를 활용한 인지 훈련, 치매 예방 효과가 있는 근육 운동, 저지방 식단 위주 식이요법,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관리, 어린이집·학교·박물관 방문 등 사회적 교류 활동 등이다. 인지훈련에서 게임이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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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 훈련에도 게임이 사용된다. 국내 스타트업 기업 네오펙트는 교통사고, 질환 등으로 손가락 관절이나 근육 등이 손상된 환자를 위해 재활 과정을 돕는 스마트 글러브를 출시했다. 환자는 스마트 글러브를 손에 낀 채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즐기며 재활 동작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운동 부하를 준다. 이를 통해 단순 반복되는 재활 치료 동작을 다소 재미있게 따라할 수 있게 된다. 또 50여개 다양한 게임을 통해 동작을 세분화, 재활 환자가 자신 상황에 맞는 재미있는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신준호 국립재활원 박사는 “전기자극치료는 신경을 자극해 근육 수축을 유도하는 등 뇌졸중 팔과 손 재활에서 널리 쓰이지만 기능적 효과성에 비해 콘텐츠 부재 등으로 동기 부여가 적다”면서 “가상현실 게임 기반 글러브와 재활 훈련을 병행하면 효과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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