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오지(奧地) 속 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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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찬 한성대 교수

4월 3일 '5G 시대'가 개막됐다. 대한민국이 미국을 간발의 차로 따돌리면서 세계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보다 앞서 SK텔레콤은 고가 요금으로만 구성한 5세대(5G) 이동통신 요금제 인가를 신청했지만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인가가 반려됐다. 이후 요금제를 수정·출시했다. 경쟁사는 대상과 혜택을 늘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에 뒤질세라 SK텔레콤은 또다시 프로모션으로 맞대응했다.

5G라는 블랙박스가 어떤 내용물로 담길지 채 생각할 여유도 없이 '서비스는 온(On), 요금은 다운(Down)'되는 역사의 한 현장과 조우했다.

역동하는 5G 시대에 구시대 유습인 요금인가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건 묘한 일이다. 어떤 선진국도 사업자 자율 영역인 소매 가격을 규제하지 않는다.

경쟁이 불충분하다면 직접 망을 깔거나 필요에 따라 망 대가를 조정해서 망을 이용하는 알뜰폰 신규 진입을 촉진하는 산업 구조 정책을 구사하는 게 상식이다.

인가제 폐지에 대한 우려 이면에는 요금 경쟁이 이뤄지지 않아 인하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미 3G 시절 KT가 '쇼(SHOW)' 브랜드로, 4G 때는 3G를 건너뛴 LG 유플러스가 각각 경쟁을 촉발시켰다. 5G는 초반부터 고객과 혜택을 확대하는 스키밍이 단박에 이뤄졌다. 이는 그동안 사업 노하우와 잠재력이 축적된 만큼 통신사의 새 부대에 먼저 고객을 담으려는 선점 욕구가 강해졌고, 시장도 충분히 경쟁 관계가 조성됐음을 방증한다.

인가제 장점은 누가 보더라도 시장 경쟁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명확하게 큰 요금 상품을 사전에 거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어떤 서비스가 어느 정도 가치를 가져다 줄 것인지, 불명확한 5G 요금에 대해 정부가 높은지 낮은지를 미리 판단한다는 것이 과연 이치에 맞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초기 1년 동안 전체 약 3%로 예상되는 5G 가입자는 일단 신상품이 출시되면 사고 보는 구매자로 예상된다. 제대로 된 수요가 형성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국망을 확충하는 데 시간과 비용도 소요될 것이기 때문에 고객층이 5G로 전이되는 속도를 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1등을 하려고 이렇게 서둘렀어야 하는 당위성이 무엇인지 되묻고 싶다. 수개월 전에 충분히 고성능의 4G 데이터를 누구나 최소 1GB 이상 이용할 수 있은 요금 상품이 출시되지 않았는가.

어떤 규제든 일단 시행되고 나면 없애는 일은 험로를 각오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의 세세한 역사와 경위가 묻어 있어 함부로 손대기 어렵고, 이미 한 조직의 일이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같이 요금 규제가 권한이 아닌 계륵이 된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폐지 효과가 중요한 장애 요인일 수 있다. 정녕 우려가 된다면 복잡한 것은 다 생략하고 과거 규제 완화 차원에서 삭제된 정부의 긴급발동권을 부활시켜서 긴급한 상황에 꼭 필요한 경우 개입의 여지를 남겨 놓으면 된다.

이동통신 요금정책은 보편요금제를 강요하는 압박 방식이 아니라 사업자 수를 늘려 경쟁을 촉진시키는 산업 구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하며, 경쟁에도 시장에서 소외된 이용자에 대한 사회 요금이나 단말기 제공이라는 포용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과거 '선 국내 경쟁, 후 대외 개방' 슬로건을 내세워서 통째로 시장을 연 '통신사업 구조조정'정책이라든지 알뜰폰을 도입한 '서비스 기반 경쟁으로의 전환'과 같은 청사진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을 발전시켜 온 것과 같은 일관된 합리화 정책의 큰 그림이 실종된 것 같아 유감이다.

이내찬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nclee@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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