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든다

정부의 끊임없는 노력에도 고용 한파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반도체 장비업계 고용은 10% 가까이 늘었다. 메모리 수요 폭발로 초호황을 맞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늘리면서 자연스럽게 장비 업계 매출이 늘었고, 고용 증가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고용 질도 좋다. 제품군을 늘리고, 고객사 '맞춤식' 제품을 생산해 내기 위해 연구개발(R&D) 위주의 우수한 인력을 영입했다. 경력 사원뿐만 아니라 신입 사원까지 골고루 뽑았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반도체 장비업계 고용 증가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에도 경종을 울린다. 출범 이후 2년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으로 공공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선언한 정부였지만 일자리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실업률은 2010년 이후 가장 높았다. 취업자 증가 수 또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9만7000명에 불과했다. 일자리 수도 문제지만 계약직과 아르바이트에 의존하는 '질 나쁜 고용'을 유발한다는 지적까지 곳곳에서 이어져 나오고 있다.

이제 일자리 정책 프레임 전환을 생각해야 한다. 국가가 일자리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기업이 양질의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뒤에서 묵묵히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산업 활력을 높이고 규제 개혁으로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북돋아야 한다. 전문가들도 “비용과 효율성을 생각한다면 기업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완화 작업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또 정부가 단기적 성과에 매몰된 일자리 창출을 모색하는 것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미래 산업 인력 양성에 투자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반도체 산업의 경우 대기업을 제외한 장비, 시스템 반도체 분야 등 메모리 사업을 제외한 분야에서 '인력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초호황 사이클이 불시에 찾아올 때 준비된 고급 인력이 관련 기업에 투입될 수 있도록 정부는 '튼튼한 생태계' 조성에 노력해야 한다. 정부가 토대를 만들어 준다면 기업은 일자리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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