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는 3일 오후 11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 버라이즌은 이보다 2시간 뒤인 4일 오전 1시(한국시간) 5G 최초 개통을 공식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도 '세계 최초 5G 국가'로 인정받게 될 전망이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열렸다. 이동통신 3사가 동시에 첫 5G 가입자를 선정하며,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스마트폰 기반 5세대(5G) 이동통신 서막을 올렸다.
우리나라는 1996년 2세대(2G) 이동통신 기술인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 때부터 이어온 주요 이동통신 서비스 세계 최초 상용화 전통을 이어가게 됐다.
세계 시장에서 이동통신 강국 위상도 확고하게 다졌다. 5G 시장 경쟁 주도권 선점에도 청신호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발 앞선 5G 상용화로 5G를 통한 기업 혁신, 산업 생태계 조성, 삶의 변화도 속도를 내게 됐다. 새로운 산업 출현과 각 분야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 연구기관 및 관련 협·단체 등 모두가 합심해 이룬 성과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 어떻게 달성했나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보다 한발 앞서 5G 시대를 준비해왔다. 학계·연구계는 4세대(4G) 서비스인 롱텀에벌루션(LTE) 상용화(2011년) 이듬해인 2012년부터 5G 연구개발(R&D)을 시작했다.
정부는 5G 상용화를 위해 2013년 5월 산학연관 협력·소통 단체 '5G포럼'을 창립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옛 미래창조과학부와 산학연 전문가 40여명이 참여하는 '5G 전략기획단'을 구성, '미래 이동통신 산업발전전략' 논의를 시작했다.
2014년 1월 발표한 '미래 이동통신 산업발전전략'은 정부가 처음 공개한 5G 산업발전 전략이다. 정부는 이를 업그레이드 해 2016년 '5G 이동통신 산업발전전략'을 발표, 세부 수행과제를 시행해왔다. 2014년 5월 발족한 '5G 전략추진위원회'는 주요 5G 정책을 논의하는 구심점이 됐다.
정부는 실무 추진력을 강화하기 위해 2013년 기가코리아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정부와 대학, 연구소가 참여해 5G 원천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했고 이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5G 시범서비스로 결실을 맺었다. 기가코리아사업단은 5G 확산을 위한 융합서비스 실증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 노력과 별개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제조사와 협력, 5G 기술과 장비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삼성전자와 이통사는 5G 조기 상용화를 위해 국제표준화단체 3GPP에 세계 5G 표준 제정 지점을 앞당겨야 한다고 건의했다. 그 결과 3GPP는 당초 계획(2018년 6월)보다 빠른 2017년 말에 최초 표준인 논스탠드얼론(NSA)을 승인했다.
우리나라는 이 표준을 토대로 평창 동계올림픽 시범사업, 주파수 경매, 장비업체 선정, 기지국 구축 등 상용화 행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남들보다 빨리 5G 시대로 접어들 수 있었던 배경이다.
◇5G 시대, 무엇이 달라지나
5G는 4차 산업혁명 기본 인프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넘어 제조, 교통, 농업, 건강 등 다양한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킬 전망이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IHS는 5G 효과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시기를 2035년까지로 보고 2035년 5G경제 효과를 12조3000억달러(약 1경3774조원)로 예측했다.
5G 영향력은 기업간거래(B2B)와 기업소비자간거래(B2C)를 넘나들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 대표 산업인 제조업에서는 5G 스마트팩토리로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무선 기반 제조장비로 작업현황을 실시간 공유할 수 있고 증강현실(AR) 원격 진단 등이 활용될 전망이다.
자동차 또한 차량사물간통신(V2X) 기반으로 자율주행, 카인포테인먼트 개발이 활성화될 전망이다. 이를 통해 현재 물류시스템 등이 획기적으로 변화될 수 있다.
헬스케어 또한 규제 등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5G로 변화가 기대되는 분야다. 5G, 사물인터넷(IoT) 등이 결합해 원격진료가 가능해지면 언제 어디서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다. 또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미디어 산업은 5G시대 B2C 서비스 핵심 분야로 떠올랐다. 이통 3사는 저마다 수천개에 이르는 VR·AR콘텐츠를 확보하고 8K 등 초고화질 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인다.
◇5G, 성공을 위한 과제는
장밋빛 미래에도 불구하고 남은 과제는 존재한다. 5G는 다양한 산업에 적용되는 만큼 네트워크 요구 사항 또한 각각 달라 복잡한 측면이 있다. 이에 정부와 관련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표준을 정립하고 서비스 출시 이전 상호 협의가 완료돼야 한다.
초기부터 새로운 수요가 폭증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 수요 창출 방안이 다양화돼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5G 인프라를 공공 문제 해결에 활용하는 등 시장 창출을 주도할 수 있다. 기업은 공공·민간에서 5G를 활용한 다양한 레퍼런스를 확보해 시장에 소개할 수 있다.
빠른 기술 변화만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 또한 필요하다. 의료, 자율주행, 드론 등 많은 분야에서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 기존 규제를 개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ICT 규제 샌드박스 등 다양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탁상공론이 아닌 실제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애써야 한다. 또 규제 개선에 따른 반발을 줄이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기업도 단순히 5G 기술 도입을 넘어 조직, 인력구조를 포함한 기업 경영 프로세스에 새로운 혁신을 추구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 안호천 통신방송 전문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