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 대규모 국내 투자 선언…“한국시장 R&D·상징성 중요”

올해 '30만대 시대'를 준비하는 수입차 업체들이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활발한 국내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국제적으로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강해지고 있지만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시장 성장성에 투자를 단행한다. 판매와 서비스 시스템을 확충하는 한편 국내 업체와의 자율주행, 전기차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R&D) 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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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준 BMW코리아 대표가 28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에서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

2019 서울모터쇼는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킨텍스에서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열흘 일정의 대장정에 올랐다. 이번 모터쇼에서는 단순한 자동차 전시보다 미래 시장을 준비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특히 수입차 업체들은 지금까지 보여 준 '일회성 투자'가 아니라 중장기적 투자 방안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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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서울모터쇼가 지속 가능하고 지능화된 이동 혁명을 주제로 29일부터 4월 7일까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28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현대자동차는 쏘나타 터보,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발표했다.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BMW코리아는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데이 콘퍼런스에서 한국에 대한 사업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화재 사태'로 얻은 불명예를 말끔히 씻고 국내 기업들과의 동반 성장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다.

BMW그룹 내 넘버2 보드멤버인 피터르 노타(Pieter Nota) BMW 세일즈·사후서비스(AS) 총괄은 “미래 이동성 관련 한국은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최근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 개발과 관련해 2개의 한국 기업과 글로벌 계약을 맺었다”면서 “BMW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는 이미 삼성SDI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2020년 말까지 규모를 2018년보다 약 55% 확대하는 등 한국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BMW는 국내 수입차 업체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국내 투자를 하고 있다. 현재 국내 1차 협력사 28곳과 2029년까지 27조3000억원 규모의 부품 공급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해까지 누적 공급 규모만 10조원이 넘는다. 2017년에는 1300억원을 들여 경기도 안성시에 부품물류센터를 건립했다. 인천 송도 BMW 콤플렉스에도 50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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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정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백정현 대표와 이안칼럼 재규어디자인디렉터. (제공=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국내 수입차 시장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지만 국내 투자 규모는 매우 작았다. 일부 업체는 재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해외 본사로 수익을 그대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난해 국내 수입차 점유율이 사상 최대인 16.7%까지 오르면서 업체들도 국내 투자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수입차 '미들급'으로 평가받는 푸조·시트로엥 공식수입사 한불모터스는 인프라 부문에 570억원을 투자한다. 550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화성에 제2 PDI 센터와 서울 장한평 직영전시장을 세운다. 올 상반기 완공하는 제2 PDI 센터는 연면적 3만3000㎡로, 1700여대 차량과 3만여개 부품을 수용할 수 있다. 차량 출고도 현재 두 배인 하루 60대까지 가능하다.

송승철 한불모터스 대표는 “장한평 직영 전시장은 대규모 서비스 워크베이, 중고차 전시장까지 갖춰 2020년에 완공된다”면서 “지난해 12월에 개관한 제주도 푸조·시트로엥 자동차박물관에도 약 20억원을 투자, 한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문화 공간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해 말까지 총 10개 서비스센터를 확장, 총 37개 서비스센터와 345개 워크베이를 운용한다고 밝혔다. 온라인과 모바일에서 차량 서비스를 예약할 수 있는 '온라인 서비스 예약 시스템'도 도입한다.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검증된 테크니션이 직접 출동, 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모바일 정책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혼다는 일본차 업체로는 처음으로 고객과의 접점 개선, 고객 관리시스템 개발, 전국 서비스센터 확대 등 고객만족(CS) 비전 선포와 관련해 전 분야에 걸쳐 향후 3년 동안 26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국제 기조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보호무역주의'가 강해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입차 업체들의 국내 투자는 이례적이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발발된 보호무역주의는 최근 두 달 사이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시작으로 지난달 1일 유럽연합(EU)·일본 경제협력협정(EPA),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등 새로운 무역협정들을 불러오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해외투자를 지양하고, 정부 차원에서도 자국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입차 업체들이 미래 자동차 주요 부품 확보, 기술 R&D 연계를 위해 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 현대모비스, 만도 등 전통 자동차 부품업체 뿐만 아니라 삼성(하만), LG, SK텔레콤 등 전자·IT 업체들과 협력이 늘어나고 있다. 또 국내 수입차 시장이 올해 30만대 돌파가 유력해지면서 업체 간 시장 주도권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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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도별 국내 수입차 업계 시장 점유율 추이. (제공=한국수입자동차협회)

업계 관계자는 “국내 수입차 시장은 매년 급속 성장하는 데다 고가 프리미엄 차량의 테스트베드로 한국이 떠올랐다”면서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시대가 도래하면서 국내 기술과 부품에서 협력 및 투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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