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첫 걸음, '디지털 성숙 수준' 파악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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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 정부와 주요 기업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디지털 전환)을 진행한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경제가 빠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필수가 됐다. 전문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준비 첫 걸음은 현재를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라 조언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 디지털 상황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해야 정확한 목표와 계획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디지털 성숙 수준'인가?

디지털 성숙 수준(Digital Maturity Level)은 디지털 비즈니스 관점에서 현재 상태를 파악하고 목표 수준을 정하기 위한 수단이다. 금융, 제조, 유통 등 민간 기업은 물론 정부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도 디지털화를 강조한다. 최근 디지털 관련 투자를 늘리고 인재 채용, 디지털 전담 조직 신설 등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자신 있게 그렇다고 말할 조직은 드물다.

디지털화가 얼마나 진전됐고 언제쯤 완성 가능한지, 디지털화에 따라 기업 또는 기관 모습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 등에 대해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디지털 수준이다. 현재 어떤 수준인가를 파악하고, 미래에 달성하고자 하는 수준을 정의해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동력을 확보한다.

해외는 디지털 성숙 수준을 측정하는 것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제조건으로 인식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는 다양한 디지털 성숙도 측정 모델을 제공한다.

포레스터는 디지털 성숙 모델 5.0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업이 문화, 조직, 기술, 통찰력 관점에서 디지털 수준 벤치마킹과 향후 과제 도출, 바람직한 조직 모델 등을 제시한다. 알티미터 그룹은 디지털 성숙 수준을 여섯 가지로 구분한다. △현재 비즈니스 △테스트와 시험 △시스템화 △도입 또는 사망 △디지털전환 성공 △혁신 또는 사망 등으로 나눠 디지털 성숙도를 측정한다.

호주 정부는 공공기관 디지털 성숙 수준을 △최소 도입 △정보 확보 △전이 △고객 주도 △탈바꿈(Transformed) 등 다섯 수준으로 구분한다.

미국의 CIO 매거진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축을 △전략과 비전 △사람과 문화 △프로세스와 거버넌스 △기술과 역량 네 가지로 분류한다.

해외 디지털 성숙 모델의 특징은 성숙 수준을 '축'과 '수준' 관점으로 측정하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축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대상 영역이고, 수준은 얼마나 디지털화돼 있는가를 의미한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BCG)은 디지털화에 앞선 조직과 뒤처진 조직 성과 차이는 점점 커진다고 주장한다. 기업 또는 기관은 자신 디지털 성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고 이를 동종 업계와 비교해 격차를 메우는 노력을 하는 것이 조직 생존과 성장에 결정적이다. 보스톤 컨설팅 그룹은 이를 위해 '디지털 가속도 지수'를 개발해 서비스한다.

◇韓 디지털 전환 '시작' 단계…수준 측정해 대비해야

우리나라에서 디지털 성숙 수준에 대한 조사는 지난해 투이컨설팅이 금융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 유일하다. 투이컨설팅은 은행, 보험, 증권, 공금융 등 5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결과를 받아 분석했다. 그 결과 응답 회사 가운데 51%는 시작 수준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본격 착수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역별로는 디지털화가 비교적 진전된 콘텐츠 부문 수준이 가장 높았다. 반면 써드파티 제휴 등 생태계 부문 디지털화는 늦은 것으로 조사됐다.

투이컨설팅 관계자는 “우리나라 기업과 정부의 디지털 탈바꿈에 대한 열의는 매우 높아 대부분 기업 최고경영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장 중요한 핵심 과제로 진행한다”면서 “민간과 공공 어느 조직도 디지털 성숙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하고 있는 곳이 없다. 이런 상태로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캄캄한 밤길을 무작정 걷는 것과 같아 원하는 수준 성과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기업과 공공이 디지털 성숙 수준 측정을 우선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성숙 수준을 측정해 동종 업계 또는 참조 조직과 비교함으로써 목표 수준을 결정하는데 도움이 된다. 현재와 목표 수준을 비교해 수행해야 할 과제를 정의하는 것도 가능하다. 디지털 탈바꿈 추진 과정에서는 현재까지 어느 정도 상황이 진척됐는지, 어떤 점이 부족한지를 판단하는데 기준이 된다.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과 기관도 디지털 성숙 수준 측정 필요성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공공도 디지털 성숙 모델 마련을 고심한다.

김엄상 투이컨설팅 디지털전략사업본부 상무는 “디지털 성숙 모델도 점차 진화해 안정되고 있고, 앞으로 대부분 기업은 자신의 디지털 성숙 수준을 조사하고 이를 토대로 목표를 설정하는 관행이 일반화될 것”이라면서 “공공도 범정부 차원의 디지털 성숙 모델을 마련하면 실제로 디지털 전환이 어떻게 이뤄지고, 앞으로 진행될 것인지 근거를 제시하는 데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지선 SW 전문기자 riv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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