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자동차의 데이터 의존도가 커질 전망이다. 실제 자동차 업계가 경쟁적으로 늘려가는 자율주행 시험차는 대 당 한 시간에 약 4Tb(테라바이트)에 가까운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루 다섯 시간만 달려도 생성하는 데이터량이 20테라바이트다. 초고화질 영화(약 4Gb) 5천여 편에 달하는 방대한 양이다.
자율주행차는 승객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도록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한다. 자율주행 데이터는 레이더·라이다·카메라·초음파센서와 GPS 등 차량에 장착된 자율주행 센서류에서 만들어진다.
이 중 사물을 인식하는 다기능 카메라 센서(MFC; Multi-Function Camera)는 '대규모 데이터 공장'이다. 다기능 카메라 센서가 만들어내는 데이터 양은 촬영 해상도와 초당 프레임 수(FPS; Frame Per Second)에 비례한다. 2메가 픽셀 카메라의 경우 매 초 30 프레임을 촬영하면 초 당 120메가바이트의 화상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업계는 영상인식 정밀도를 높이는 일환으로 현재 보편화된 30FPS를 60FPS로 높이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곱절로 늘어가는 데이터 생성량에 대한 고민도 함께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주변 사물을 3차원 좌표로 그리는 라이다(LiDAR) 센서는 초 당 약 70Mb의 데이터를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이더와 초음파센서는 각각 100Kbps, GPS는 약 50Kbps 수준이다.
자율주행 센서는 같은 종류라도 여러 개가 장착된다. 차량 주변 360도를 빠짐없이 감지하기 위해서다. 26개의 자율주행 센서를 탑재한 완전 무인주행 차량을 예로 들 수 있다.
라이다 4개, 레이더 5개, 초음파 12개, 다기능 카메라(MFC; Multi Function Camera) 5개 등이 적용된 경우가 있다. 앞서 언급한 데이터 생성량을 센서 개수에 곱해 단순 합산 해도 초 당 900메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분 당 50기가바이트 이상, 시간 당 3테라바이트 이상으로 환산되는 것이다.
업계는 이러한 대용량 데이터를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한층 강력한 연산능력을 가지고 분산된 기능도 통합한 중앙집중식 제어장치를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 통합 제어기', '인포테인먼트 통합 제어기'와 같은 식이다. 알고리즘 효율화와 차량 주도적인 판단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대용량 데이터는 차량 내에서 어떻게 이동할까?. 차세대 이더넷(Ethernet) 통신망이 주목받고 있다. 이더넷 통신망은 초 당 최대 1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수용할 수 있다.
앞으로 차-대-차, 차-대-사물(V2X)간 데이터 공유가 보편화되고, 인포테인먼트와 생활 편의 등 커넥티비티 기능이 강화되면 데이터 처리량은 다시 폭증한다. 자율주행·커넥티비티 기능을 모두 구현한 미래차는 하루에 약 40테라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하고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재 다수의 자율주행 시험차는 트렁크 등의 적재공간에 대형 PC 모듈을 장착하고 있다. 수 십 테라바이트급 저장 용량을 갖춘 이 모듈에 실차 시험 데이터가 축적되면 연구소로 옮겨가 후속 연구에 활용하는 식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자율주행의 완전한 상용화 단계에서는 자차와 주변 차량에서 발생하는 대용량 주행 데이터의 송수신 뿐만 아니라 실시간 정밀 지도 업데이트 등을 위해 무선 통신기술도 핵심적”이라며 “최근 서산주행시험장에 5G 망을 구축해 초고속 통신 환경에서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전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