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러시아 천연가스차(NGV) 개조·충전소 시장에 한국 기업의 진출 길이 열렸다. 오는 5월 러시아 벨고로드주에 우리 기술로 충전소를 건설하는 시범 사업을 시작한다. 결과를 바탕으로 러시아 전국 1000곳에 충전소 인프라 구축 사업 참여를 모색한다.
10일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한국과 러시아는 NGV 협력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5월 벨고로드주와 로스토프주에서 충전소 건설과 천연가스차량 개조 시범 사업에 착수한다. 환경산업기술원이 공동 사업을 주관한다.
남광희 환경산업기술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국영가스기업 가스프롬의 빅토르 줍코프 이사회 의장이 주재하는 2차 협력회의에 참석, 시범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 회의에는 줍코프 의장 외에 벨고로드주·로스토프주 관계자와 러시아 국영투자사 러스나노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시범 사업은 벨고로드주에 NGV 충전소 1기를 건설하고 현지 택시회사인 에코트랜스가 차량을 개조해서 참여하는 형태로 실시한다. 천연가스 충전소와 개조에 필요한 기술은 국내 광신기계공업 등이 제공한다. 사업에 필요한 투자비는 러스나노와 환경산업기술원이 나눠 부담한다.
로스토프주에서는 버스회사 크라스노슈린스키와 농업부 등이 참여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안에 실시 여부가 결정된다.
이번 사업은 지난해 10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가스포럼(SPIGF 2018)에서 가스프롬이 협력회의를 제안, 시작됐다. 러시아 측은 NGV 시범프로젝트(벨고로드주·로스토프주) 계획을 소개하고 대상 지역 현지를 실사, 한국 기술 솔루션과 투자 방안을 요청했다.
한국천연가스차량협회와 국내 기업은 해당 지역 주정부와 기업을 방문해 현장 실사와 후속 상담을 했다. 지난달 12~13일에는 안톤 이뉴친 러시아 에너지부 차관이 방한, 국내 CNG 충전소 등을 확인했다. 25~27일에는 러시아 NGV 협력단을 파견하고 남광희 원장이 가스프롬 2차 협력회의에 참석, 시범 사업을 실시키로 합의했다.
시범 사업이 성공하면 국내 기업이 1조5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되는 러시아 천연가스차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세계적으로 NGV 분야에서 전망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러시아는 2020년까지 벨고로드주·로스토프주 2개 지역 내 9만대, 총 85개 연방주체에 최소한 35만대를 NGV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충전소의 경우 1년에 100곳, 러시아 전역에 약 1000곳 건설 계획을 위해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준 NGV 충전소 한 곳 건설에 드는 투자비가 약 15억원이다. 이를 대입하면 러시아 충전소 건설 시장만 규모가 1조50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남 원장은 “러시아 가스프롬 등 현지에서 우리나라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어 결실이 기대된다”면서 “시범 사업에 성공하면 국내 기업이 러시아 천연가스차 개조와 충전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봉균 산업정책부(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