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경보가 수도권에 닷새 연속 내린다. 먼지 장막에 갖혀 숨 한 번 제대로 쉴 수 없다. 숲속을 거닐며 청명한 공기를 마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공기정화벤치'가 먼지 재앙 속에서 피난처로 뜨고 있다. 공기정화벤치는 지난해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창업지원센터에 입주한 애프터레인이 개발했다. 도심 속에 작은 숲을 만들어 실외 미세먼지 대피소 개념으로 만든 미세먼지 저감 벤치다.
애프터레인(대표 이윤희)는 지난달 18일 광화문에서 열린 'KT 에어맵 코리아 출시 발표회'에서 시범 운영하며 관심을 받았다. KT 에어맵 코리아는 사물인터넷(IoT)솔루션과 빅데이터 분석으로 미세먼지 정보를 제공하고 정책수립을 지원하는 KT와 전국 지방자치단체 협력프로젝트다. 미세먼지 측정기를 전국에 1800개 설치한다. 여기에 애프터레인도 저감 솔루션으로 동참한다.
공기정화벤치는 가로 2m, 높이 2.5m 넓이 1.5m 천연원목 의자와 공기정화식물을 심은 등받이 모양이다. 공기정화식물 324본 깃털이끼가 친환경적으로 대기오염물질 흡수를 돕는다. 공기정화식물은 다양한 종류로 테스트 중이다. 레이저 센서로 주변공기 질을 확인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벤치 내부 공기정화기가 작동 깨끗한 공기를 내보낸다. 전방 0.5~1m까지 공기 정화를 한다. 뒤에서 토출해서 일종의 에어커튼을 치는 셈이다.
사물인터넷(IoT)을 이용해 환경데이터를 누적, 제어할 수 있다. 상단 빗물저장탱크에서 빗물을 모아 공기정화식물에 급수한다. 태양광 전지패널로 일부 전기를 조달하는 친환경 시스템이 적용됐다. 측면에 설치된 LCD패널로 현재 공기 상태 등 시스템 점검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무선충전기 4대가 앞뒤로 의자 바닥에 설치됐고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한다. 전기료는 한 달에 열흘 24시간 가동 시 월 7800원 정도 나온다. 공기가 나쁠 때만 돌아가기 때문이다.
애프터레인은 2017년 7월에 창업했다. 초기엔 환경조형물이나 담배부스 정화 등 다양한 타입을 시도했다. 시행착오 끝에 고객이 원하는 제품에 접근하게 됐다.
이윤희 애프터레인 대표는 “공기정화기 가동시 4만1472㎥ 공기를 정화해 식재된 공기정화식물과 함께 나무 105그루의 작은 숲과 같은 공기정화효과를 낸다”면서 “미세먼지 걱정 없이 우리 아이들이 마음 놓고 숨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이윤희 애프터레인 대표
“아이가 가와사키병이라는 희귀병을 앓았습니다. 아이가 이런 고통을 받는게 답답했습니다. 2013년 센디에이고대학에서 국경을 넘어 공기 전파로 감염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접하고 창업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윤희 애프터레인 대표의 창업 동기는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이 고통을 덜어주고자 엄마가 직접 나섰다. 그는 창업 전 이력도 화려하다. 진에어 객실사무장, 기내방송 강사로 활동했다.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에서 근무했고 삼성전자 협력업체 금형연구팀에서도 일했다.
이 대표는 “창업에 관심이 많아 임신 중에도 창업교육 받고 구글 스타트업 교육도 받았다”면서 “주말에만 일하는 위크앤드 컴퍼니에서 공기청정기 사업을 시작해 실패도 맛봤다”고 말했다.
생각을 바꾸니 길이 보였다. 창업 당시 실외에서 공기정화를 한다는 아이디어는 없었다. 공기정화 벤치를 최대한 많이 설치해 많은 사람이 청정한 공기를 마시게 하고 싶다.
그는 “스타트업을 시작할 때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의견도 많았다”면서 “시도가 없다면 혁신과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도전적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면서 완벽한 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