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인 소비자의뢰유전체분석(DTC) 평가항목과 우리의 요구사항을 무시한 검사항목을 보면서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줘야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당분간 보건복지부 DTC 인증제 시범사업 참여 관련해 논의할 계획은 없습니다.”
양갑석 유전체기업협의회장은 보건복지부 DTC 인증제 시범사업을 보이콧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복지부는 22일 시범사업 설명회를 개최하고, 5월 착수를 목표로 조만간 사업자 신청을 받는다. 전국 19개 유전체분석 기업으로 구성된 유전체기업협의회는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이원다이애그노믹스 등 국내 대표 유전체분석 기업이 참여한 만큼 파장은 크다.
양 회장은 “업계가 요구했던 네거티브 방식은 커녕 121개 검사항목 조차 시범사업에는 절반 이하로 줄면서 참여할 이유를 못 찾았다”면서 “지금도 시범사업 참여를 검토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는 시범사업이 확대되는 검사항목 검증에서 인증제 신설을 위한 것으로 바뀌면서 사업적으로 효과가 전혀 없다고 본다. 결국 1년이 넘게 산업계와 의료계가 치열하게 논의한 시간이 무의미하게 됐다.
양 회장은 “오랫동안 DTC 규제개선을 논의했지만, 복지부가 발표한 시범사업 계획은 업계 요구사항을 원칙적으로 봉쇄한 것”이라면서 “100개에 달하는 DTC 서비스 제공 인증항목과 사업 가치가 낮은 검사항목은 그동안 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해서는 산업계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하는 긍정적 요소라고 봤다. 단순히 업계 숙원이던 질병 관련 DTC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검증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는 “질병 분야 DTC는 국내에서 원칙적으로 차단했기에 소비자를 설득하고, 효과를 줄 기회가 없었다”면서 “2년이라는 기간과 장소 제약이 있지만, 이번 사업을 계기로 DTC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다가갈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미국 FDA도 질병 관련 DTC를 허용하면서 서비스 효능을 검증하는게 아니라 소비자를 설득하고 이해시켰는지 여부를 판단한다”면서 “그러기 위해서 충분히 커뮤니케이션할 기회를 주는데, 우리 정부도 금지만 할 게 아니라 효과를 검증할 기회를 더 많이 줘야한다”고 덧붙였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