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DTC 규제, 부처 간 엇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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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째 논란을 이어온 소비자의뢰유전자분석(DTC) 규제개선이 갈피를 못 잡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규제개선에서 서비스 인증으로 선회하면서 오히려 규제를 만든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규제 샌드박스'로 DTC 규제개선을 다시 수면 위에 올렸지만, 이마저도 '시한부' 규제개선 시범사업이라는 평가다. 두 부처는 DTC 서비스 검사 항목을 놓고 엇박자까지 내면서 규제개선 의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유전체 분석 업계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냈다. 복지부 DTC 시범사업 보이콧이라는 강수를 뒀다. 대안인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 참여를 선택했지만 성과는 제한적이다. 부처간 협업을 강조한 현 정부의 범부처 규제혁신 주문 목소리가 높다.

◇규제개선 외친 복지부, 오히려 규제 신설 논란

DTC 규제 논란은 현행 12개 검사항목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약 1년간 논의 끝에 산업계와 의료계는 건강관리(웰니스) 분야 121개로 확대하는 것을 합의했다. 하지만 5월 추진 예정인 복지부 DTC 인증제 시범사업에는 57개로 줄었다.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대신 인증제가 신설됐다. 57개 검사항목을 시범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100개에 달하는 평가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규제개선을 목적으로 했던 시범사업이 인증제 신설로 또 다른 규제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한 유전체 분석 업계 관계자는 “DTC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대부분이 유전자검사평가원이 제시한 240개 인증항목을 받은 상황에서 시범사업에 참여하려면 또 100개에 달하는 평가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면서 “복지부는 시범사업 평가기준이 유전자검사평가원 기준과 거의 유사하다고 강조하는데, 이것은 불필요한 이중인증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시범사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주요 유전체분석 기업 19곳이 모인 유전체기업협의회가 시범사업 참여를 거부했다.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랩지노믹스 등 국내 대표기업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실증이 이뤄질지 의문이 나온다.

복지부는 최근 열린 사업설명회에 많은 기업이 참여해 관심이 높은데다 설득작업도 병행해 최대한 많은 기업을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2일 열린 사업설명회에 43개 기업이 참여해 많은 관심을 보임에 따라 시범사업도 긍정적 요소가 많다”면서 “유전체기업협의회도 꾸준히 설득해 원하는 기업은 모두 참여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금지', 산업부는 '허용'...오락가락 규제

DTC 업계는 복지부 시범사업을 건너뛰고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진행하는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에 눈을 돌린다. 1호 참여기업인 마크로젠을 비롯해 테라젠이텍스, 디엔에이링크, 메디젠휴먼케어 등 세 개 기업이 추가로 신청했다. 이르면 이번 주 선정 결과가 발표된다.

이종은 디엔에이링크 대표는 “기존 탈모, 미용, 흡연 등 건강과 직결되지 않는 영역을 포괄하는 복지부 시범사업보다는 주요 암이나 노인성 질환 등 질병과 연관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규제 샌드박스 사업이 훨씬 효과가 높다”면서 “2년간 검증으로 연구 데이터를 축적한 뒤 규제 개선 결과에 따라 사업을 바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시범사업은 생명윤리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규제개선보다는 DTC 기업과 서비스 인증으로 성격이 바뀌었다. 반면 규제 샌드박스 실증사업은 검사항목이 질병과 연관성이 높다. 실제 마크로젠이 신청한 서비스제공 예정 질환은 만성질환, 주요 5대 암, 노인성 질환 등 자주 걸리는 질병이다. DTC 업계 숙원이던 질병예방 영역을 연구목적으로 검사를 허용한다.

무엇보다 복지부에 대한 업계 신뢰가 무너진 게 크다. 1년이 넘는 동안 복지부 중재로 규제 개선을 논의했지만, 인증제 시범사업 추진이라는 결과만 얻었다.

양갑석 유전체기업협의회장은 “DTC 규제개선 논의는 오랫동안 지속됐는데, 복지부 시범사업 계획을 보면서 산업계 요구사항이 더 이상 관철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지난해 DTC 관련 연구용역에서도 검사항목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얻었지만, 이와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면서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부처 간 엇박자...범부처 규제혁신 절실

질병 관련 분야 DTC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에 선정되면서 산업부와 복지부 간 엇박자 논란도 제기된다. 복지부는 DTC 검사항목 확대를 중재하면서 질병예방 등 질병관련 분야를 포함하는 것은 소극적이었다. 질병과 유전체 분석간 상관관계나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많은데다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가 마크로젠이 신청한 만성질환, 주요 암, 노인성 질환 등 질병 영역을 규제 샌드박스 실증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복지부 내부에서는 자신들이 반대한 질병 영역 DTC 검사항목을 산업부가 허용하면서 불만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유전체 분석 업계 관계자는 “복지부는 인증제를 중심으로 한 시범사업이 산업부 규제 샌드박스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강조하지만, 내부에서는 질병영역까지 서비스 항목에 포함한 것을 두고 불만을 제기했다고 들었다”면서 “긍정적으로 보면 복지부 한계를 규제 샌드박스로 해소했지만, 처음부터 두 부처가 나서서 실증사업을 추진했다면 그동안 논의에만 쏟았던 1~2년을 단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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