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7~28일 이틀간 영변 핵시설 폐기를 비롯한 비핵화 조치와 이에 따른 상응조치를 주고받는 세기의 담판을 벌인다. 북한의 비핵화 이행 계획에 따라 미국의 상응조치 범위는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두 정상간 '통 큰 합의'로 종전선언을 비롯해 남북경협 등 대북제재 완화 단계까지 이룰지 관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트남으로 출국 직전에 “아주 엄청난 회담”이 될 것이라며 파격적인 협상 결과를 예고하기도 했다. 한반도 미래에 중대한 전환기가 눈앞에 다가왔다.
◇비핵화 상응조치 '대북제재 완화' 포함될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윗에 “완전한 비핵화로 북한은 급속히 경제 강국이 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열린 백악관 조찬행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아주 엄청난 회담을 갖게 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원하고 그는 경제 속도에 있어 많은 기록을 세우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달긴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 부문에서 북한과 진전된 협의가 나온다면 경제 관련 상응 조치가 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는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를 기준으로 '플러스 알파'가 더 있을지, 없을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알파는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 과정에서 구체적 검증 조치, 특히 시료채취 여부 등이 해당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최소한 북한 핵심 시설인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까지는 합의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이에 따른 상응 조치로 종전선언이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스몰딜'에서 상응 조치는 종전선언이고, 플러스 알파 여부에 따라 대북제재 완화 영역도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신센터장은 “대북제재 부문은 실무단 협상보다는 두 정상이 직접 만나 추가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일부 가동 등이 거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외교 전문가는 “미국이 줄 수 있는 상응 조치는 경제부문에서 대북제재 완화, 정치부문에서 연락사무소 개설, 안보부문에서 종전선언 서명 등”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경제 잠재성을 계속 언급한 만큼 대북제재에서도 일부 상응 조치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경협' 카드 먹힐까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 통화에서 북한 비핵화 조치 대가로 남북 경제협력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남북경협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해 달라는 게 골자다.
문 대통령은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면서 “그것이 미국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남북경협을 비핵화 상응조치로 사용하면 미국은 기존 대북제재 기본 틀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서 북한은 비핵화 조치의 동기를 얻는다. 이 같은 문 대통령 제안에 트럼프 대통령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문 대통령은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베트남 하노이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이뤄진 뒤 북한 경제 개방이 이뤄질 것으로 확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와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한미 양국 간 어느 정도 사전 협의를 이룬 것이라 평가했다.
남북경협에 한해 예외적으로 대북제재 벽이 풀린다면, 하노이 회담 이후 경협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빠르게 진전될 남북경협은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정상화다. 중단된 사업이기 때문에 추가 투자 없이 재개할 수 있다. 금강산 관광은 유엔 제재에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은 유엔제재 사항이자 미국 제재로도 걸려 있기 때문에 복잡하다. 미국 주도로 유엔과 협의해 일정 부분 정책적 결정을 별도로 해야 한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개성공단 재개는 금강산 관광보다 제재 사안으로 복잡하지만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어떠한 비핵화 진전 조치를 내놓을 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