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알리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이미 자리매김한 기업은 자체 인력 내지 자금을 활용하거나 기존 채널로 자사를 홍보하거나 고객과 소통할 수 있다. 하지만 자금도 인력도 부족한 스타트업이 고객과 소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은 성공한 스타트업이 이러한 한계점을 박람회를 통해 보완해 왔다. 박람회(博覽會)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산업 내지 문화 등을 소개하기 위해 관련된 각종 사물이나 상품을 진열해 놓은 행사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박람회는 동종 업계 트렌드를 확인하고 최근 이슈가 무엇인지를 점검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기회다. 대중으로 하여금 자사를 홍보할 수 있는 주요한 기회다.
올 초 성황리에 열린 CES(소비자 가전 전시회)만 하더라도 미래 사회에 도래할 신기술을 미리 엿볼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지면서 지금은 전 세계 언론과 관련 분야 종사자가 반드시 챙겨야 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박람회를 통해 막대한 투자 유치에 성공하거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스타트업 사례를 종종 접하게 된다.
때로는 박람회를 통해서 커다란 실패를 사전에 맛보기도 한다. 기획한 시제품을 박람회에서 처음 시현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관련 분야 종사자로부터 따가운 질책과 조언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조언과 질책은 본격 양산에 들어갔을 때 치를 수 있었던 막대한 손실을 사전에 막아주는 값진 기회다. 실제 박람회 현장에서는 이런 부분만 보완한 제품을 만들어 준다면 바로 구매하겠다며 조언과 함께 선계약 제안도 곧잘 이루어진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박람회는 물류박람회, 이러닝박람회, 골프박람회처럼 특정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단순히 제품 전시 및 판매를 위해 기획된 박람회를 넘어, 다양한 방식으로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획된다. 대표적으로 스타트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기획된 스타트업 채용 박람회라든가 스타트업이 우수 해외 인력을 채용할 수 있도록 기획된 해외 인재 채용 박람회, 창업에 실패하고 재도전을 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위한 실패박람회 등 그 기능과 역할도 다양하다.
물론 박람회 참여는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앞서 열거한 것처럼 스타트업만을 위한 별도 박람회를 기획하거나 일반 박람회라 하더라도 별도 전시공간을 따로 구분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국내 스타트업 기업이 해외 유수 박람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자 해외 글로벌 박람회 참여 지원 사업도 제공한다. 해외 박람회에 참여하다보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기업을 종종 마주칠 때가 있는데, 이들 기업 상당수가 정부 지원으로 기회를 얻은 것이다.
정부 지원이 있다고 해서 회사 부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박람회 참여는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여해야 한다. 따라서 섣불리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람회에 참여하기보다는 먼저 유사한 박람회를 많이 참관해야 한다. 이를 통해 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사전에 충분히 점검해 둘 필요가 있다. 준비 자체가 어설픈 상황에서 박람회를 참여하는 것은 자칫 기업 이미지마저 크게 실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람회는 스타트업에게 좋은 기회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 중에서 박람회에 참여하고 관심을 보이는 기업은 한정돼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늘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만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자사 제품과 서비스를 대중에게 보여주고 싶거나 회사를 경영함에 있어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한 스타트업 기업가가 있다면 박람회라는 기회를 잘 활용해 보길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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