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대통령 만난 벤처 선후배 '역차별' '규제완화' 당부

대한민국 유니콘 기업과 1세대 벤처 최고경영자(CEO)들은 7일 혁신성장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을 당부했다. 이들은 선후배 할 것 없이 혁신성장 중요성과 규제완화를 역설했다. 스타트업과 창업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따뜻한 애정도 요청했다.

네이버와 엔씨소프트는 1세대 벤처 창업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후배 유니콘 기업에 조언하는 입장이지만 대통령을 직접 만나는 만큼 각 사가 당면한 문제도 털어놨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문재인 대통령과 만남이 두번째다. 이 GIO는 최근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글로벌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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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GIO. 사진=네이버

이 GIO는 이날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의 치열함에 대해 말했다. 이 GIO는 특히 미국, 중국 등 국가 차원에서 인터넷 산업을 육성하는 나라에 맞서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인공지능, 로보틱스 등 혁신산업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 데이터 주권의 중요함도 강조했다.

인터넷 업계는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부가통신사업자 규제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낸다. 글로벌 기업을 겨냥했지만 자칫 네이버 등 국내 사업자만 규제가 더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역차별 우려다.

이 GIO는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글로벌 시장에서 구글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데 힘이 부치는데 역차별이 없었으면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네이버는 최근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사업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일본과 동남아에서 일본법인 라인을 중심으로 인터넷은행 진출 등 신사업을 활발히 전개 중인 것과 대조적이다.

네이버는 국내외 신사업 전략을 다르게 진행하는 까닭으로 “일본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100% 소유 가능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회적으로 국내 규제 장벽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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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이동근 기자=foto@etnews.com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달 기업인과 대화 이후 한 달 만에 대통령을 다시 만났다. 김 대표는 “정부 지원책이 있을 때마다 시장경제를 왜곡시키는 것은 아닌가 우려를 한다”면서 “지원을 하더라도 시장경제 건강성을 유지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건강한 기업에 투자를 늘려달라는 주문이다.

국내 게임산업은 2010년 이후 급성장한 중국 게임산업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한국게임 판호 불허 등 통상 관련 이슈도 불거진 상태다.

올해 5월 세계보건기구(WHO) 총회 통과가 유력한 '게임장애 질병화'에 대응하는 것도 국내 게임산업이 당면한 숙제다.

게임업계에서 김택진 대표를 비롯해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등이 간담회를 계기로 이 문제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는 요청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제도 도입을 추진하는 만큼 정책조율과 산업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정부 규제 완화로 도움을 얻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한국 시장이 작은 시장이 아니”라면서 “세계에서 5위, 향후 3위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 샌드박스가 계속 언급되는데 쿠팡도 규제완화 덕에 성장했다”면서 “로켓배송도 그래서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유니콘 기업이 많이 생기려면 외자유치가 필요한데 그걸 막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며 “한국시장이 너무 작다는 편견에 더해 규제 폭과 해석이 자주 바뀐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 1세대인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IT 강국'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바이오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을 닦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회장은 “마크로젠은 정부 벤처 특례법으로 탄생한 바이오 벤처”라면서 “바이오를 단순 투자 대상이나 기술이 아닌 산업으로 바라보고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 빅데이터 전문가 양성 △한반도 유전체 분석 사업 △남북 바이오 협력 세 가지를 제안했다. 미래 의학은 데이터에 기반한 정밀의학이 경쟁력이라는 것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자본이 시장에 들어왔을 때 스케일업이 중요하다”면서 “정책 목적 펀드가 많은데 잘 될 곳을 적극 밀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사회 전반에 창업가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전달했다.

이 대표는 “유니콘급 기업을 일궈내는 자체가 쉽지 않은 환경일 뿐 아니라 창업가 헌신이 얼마나 커야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업가 존중이 밑바탕이 된 정부 정책 마련과 실행력이 선결돼야 유니콘 기업을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핀테크 산업과 관련해서도 소신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여전히 대부분 금융 활동이 오프라인 기반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온라인·모바일로 모든 금융활동이 가능하고 소비자가 편리하게 비대면 채널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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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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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선 마크로젠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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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전자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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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사진=코스포 제공)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 윤희석 유통 전문기자 pioneer@etnews.com,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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