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지난해 4분기 180억달러(약 20조원) 넘는 매출을 달성해 삼성전자에 뺏긴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7분기만에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텔 4분기 매출은 187억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전년 동기 171억달러보다 9% 증가했다. 전 분기(192억달러)보다는 소폭 감소했다.
오는 31일 사업부문별 실적을 발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매출은 20조원에 미치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관련 투자 리포트를 낸 9개 증권사는 반도체 매출 전망치 범위를 18조4000억∼19조4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지 않는 한 인텔에 뒤지는 셈이다.
지난해 연간 기준 매출은 삼성전자가 비교적 여유있게 인텔을 따돌린 것으로 추산돼 2년 연속 1위가 확실시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메모리반도체 시장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할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인텔은 비메모리 위주여서 메모리 시장 부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올해도 인텔이 유리한 시장 상황을 맞을 것으로 봤다.
반면 메모리 시장이 예상보다 빨리 상승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나온다. 당분간 글로벌 반도체 업계 빅2의 1위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지난해 매출이 708억달러(약 79조4000억원)라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전망치 범위(85조9000억∼86조9000억원) 하단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올해는 메모리반도체 시장 하강 국면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인텔이 초반 승기를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인텔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160억달러(약 17조9000억원), 올해 연간 전망치를 715억달러(약 80조1000억원)로 각각 제시했다.
국내 9개 증권사의 올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전망치는 15조2000억∼17조5000억원, 올해 연간 전망치는 66조3000억∼78조2000억원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조기 회복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됐고 인텔의 공정전환 지연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더해지면서 섣불리 승부를 점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 2분기에 처음으로 인텔 매출을 앞지르며 24년간 반도체 업계 1위 자리를 유지한 인텔을 권좌에서 끌어내렸다. 당시 삼성전자는 2017년 연간 기준으로도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연초이므로 메모리와 비메모리 업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 “올해 시장이 쉽지 않지만 내년에는 삼성전자가 다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인텔보다 많은 것으로 추정돼 수익성 측면에서는 삼성전자가 알짜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분기 인텔 영업이익은 62억달러(약 6조9500억원)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전망치 범위(7조3000억∼8조5000억원)에 못 미쳤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