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간접고용 자회사 설립 노사 합의 '0'...대치 상황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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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 작업이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21개 출연연 대다수가 노사 합의에 근접하지 못한 데다 입장차가 뚜렷해 갈등만 증폭됐다.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추진한 정책이 연구 현장에서 부작용만 키웠다. 노사 대립 장기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갈등 해소를 위한 합리적 접근이 시급하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 출연연에 따르면 현재 청소·경비·시설 등 용역직 비정규직 노동자 관리 '공동출자회사' 설립 방안을 놓고 노사협의체 합의를 이룬 출연연이 한 곳도 없다.

출연연 공동출자회사 추진협의회는 이달 14일 출연연 용역직의 정규직 전환 추진을 위해 출연연이 공동 출자해 '과학기술종합서비스(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25개 출연연 가운데 녹색기술센터, 세계김치연구소,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제외한 21개 출연연이 연대했다. 각 출연연이 자본금 4억원을 100% 전액 출자해 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출연연은 노사협의체에서 이 방안에 합의해야 자회사 설립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노사협의체 합의를 이끌어낸 곳은 아직 없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과기정통부에 노사합의에 근접했다고 보고했으나 최종 노사협의체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나머지 19개 출연연에서는 자회사설립 방안을 둘러싼 갈등이 확산됐다. 전국공공연구노조는 최근 공공연대노조,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했다. 21개 출연연의 용역직 전환 대상자는 1700여명이다. 이들 세 개 노조엔 아직 노사합의에 근접하지 못한 19개 출연연 소속 용역직 노동자 1000여명이 몸담고 있다. 공동투쟁본부는 출연연 공동출자회사 추진협의회가 자회사 설립 방안을 고수할 경우 내달 파업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회사 설립 비용이 직접 고용보다 더 들고 근로자 복지축소 등 오히려 개악을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상황을 감안하면 공동출자회사 추진협의회 계획대로 21개 출연연이 동시에 자회사 설립에 참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출연연만 자회사 설립에 동참하면 비용 상승 등 경제성 문제로 자회사 설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노사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이어서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 뚜렷하다. 일부 출연연은 자회사 설립이 늦어질 것에 대비해 용역직 계약 연장, 신규 채용 절차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해 추진한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오히려 노사 갈등의 불쏘시개로 작용했다는 비판이 따른다. 정부가 노사 대화, 중재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출연연 노사 갈등이 심화되고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출연연 정규직 전환 작업을 주관하는 과기정통부가 중재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공론화 등 새로운 접근 방법으로 노사 간극을 좁혀 불필요한 소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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