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 기업결합 불허를 방송통신 융·복합 시대에 구시대적 잣대를 들이댄 '아쉬운 사례'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래지향적인 기준을 마련, 성공적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오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IPTV·위성방송·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가 예상되는 시점에서 김 위원장 발언은 공정위의 정책 방향을 천명한 것으로, 유료방송 사업자 M&A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 발언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본 '데스크라인' 코너에서 '유료방송 인수합병 許하는 게 어떤가'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한 필자로서는 김 위원장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미래지향적 기준을 마련한다는 발언도 기대된다.
구체적 기준을 예단할 수 없지만 최소한 2016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을 불허한 권역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 기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주지하다시피 공정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의거, 일정한 거래 분야에서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기업결합을 금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경쟁 제한성이 없는 기업결합의 경우에 승인하지만 경쟁 제한성이 인정되는 기업결합에는 시정 조치를 부과한다.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비전 합병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공정위가 기업결합 자체를 금지함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인가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사전 동의 절차가 무력화됐다.
유료방송 사업자 M&A가 공정위 판단에 종속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 위원장 발언에 무게감이 남다른 이유다.
구름은 바람 없이 움직이지 못한다고 했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기업결합(구름)을 추진하더라도 정부(바람)가 인가하지 않으면 불발탄이 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이 새로운 M&A 기준을 수립하는 만큼 차제에 유료방송 M&A 심사 절차도 이전과 다르게 적용했으면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과기정통부 장관은 유료방송 M&A를 인가하려면 공정위와 협의해야 하고, 방통위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공정위의 경쟁 제한성 판단뿐만 아니라 과기정통부 장관과 방통위 각각의 다양한 심사 기준과 판단을 존중하고, 이를 기반으로 최적의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의도다.
그러나 이 같은 절차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공정위 판단 이후 과기정통부 장관이 인가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M&A를 추진하는 유료방송 사업자는 공정위에 M&A 신고와 동시에 과기정통부 장관에 M&A 인가를 신청한다. 공정위와 과기정통부 장관이 동시에 심사할 수 있는 여건은 충분하다. 공정위의 전향적 입장 전환이 필요하다.
종전처럼 공정위에 이은 과기정통부 장관의 순차적 심사가 아니라 공정위, 과기정통부 장관, 방통위의 동시 병행 심사는 경쟁 제한성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 및 방송의 공정성 등 다양한 심사 기준 적용이 가능하다. 또 법률 취지를 이행하고 유료방송 M&A에 대한 처분 내용의 정당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구름이 움직일 듯하다. 공정위에서 순풍이 시작되길 바란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