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유료방송 인수합병 許하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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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무성하지만 외관상으로는 조용한 상태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보고 카드를 숨긴 듯하다. 그러나 막후에선 논리 개발에 한창인 모습이다. 표면으로는 조용하지만 내부로는 부단히 움직이는 정중동이다. 일각에서는 폭풍전야 고요함에 비유한다. 그러나 고요함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KT스카이라이프의 딜라이브 인수,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등 유료방송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기정사실로 회자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은 진작부터 가입자 포화와 경쟁 격화로 성장 정체 국면에 직면한 상태다. 과당경쟁에 매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케이블TV 사업자 매출은 2014년부터 감소했고, IPTV 사업자 역시 2016년 이후 가입자 순증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 가입자 늘리기 경쟁에만 급급해 내실 성장은 구호로 그칠 뿐이고, 미래 성장 전망도 밝다고 할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존 구조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새로운 전략에 대한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유료방송 사업자는 M&A를 앞두고 주저하고 있다. 정부가 M&A를 허가할지 불허할지 예측이 쉽지 않은 듯하다.

이에 앞서 2015년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SK브로드밴과 CJ헬로비전 합병이 불허된 전례가 있다. 2016년 공정위는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 CJ헬로비전 합종연횡이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을 제한할 것이라고 판단하고 불허했다. 문제는 2016년 당시 적용한 권역별 유료방송 시장점유율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합종연횡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지만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가 허용됐더라면 유료방송 합종연횡과 유료방송 시장 재편은 진작 완료됐을지 모른다.

일각에선 유료방송 M&A를 IPTV·위성방송의 이기심에 따르는 덩치 키우기로 간주한다. 대기업의 독점 획책 의도로도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올바른 판단이 아니다. 지속해서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케이블TV가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손바닥이 마주쳐서 소리 나기 일보 직전이다.

IPTV, 위성방송, 케이블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의 합종연횡 의지는 차고 넘친다. 유료방송 주도권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로 빠르게 이동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 재편 필요성도 확산되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 M&A는 시장 변화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료방송 합종연횡을 허가하는 게 해법이 될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 이합집산을 허용하고 기존 경쟁 체제에 변화를 가하는 방법만이 유료방송 시장에 일대 혁신을 유도하는 근본 처방책이라는 것이다.

유료방송 사업자가 종전과 다른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이전과 다른 정책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 유료방송 M&A가 독과점을 초래하거나 경쟁을 제한할 경우 사후 규제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된다.

기존에 고수한 기준을 이제는 버릴 때도 됐다. 사업자가, 시장이 간절하게 기대하고 있다.

어느덧 2018년이 저물고 있다. 제야 행사인 보신각 타종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소리에 유료방송 사업자가 2019년 희망을 담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원배 통신방송부 데스크 adolf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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