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예산 조기 소진 탓 품귀 현상
중고 전기차 가격이 신차 구매 가격보다 높아지는 특이 현상이 불거졌다. 중고 전기차가 정부 보조금 지원으로 구입한 신차보다 무려 10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에 다수 거래됐다.
올해 대다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예산이 조기에 소진된 데다 새해에는 정부 보조금이 300만~400만원 축소될 예정이어서 보조금이 많은 '중고 전기차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23일 본지가 중고차 거래사이트 SK엔카에 등록된 승용 전기차 61개 모델별로 신차 구매 가격과 비교한 결과 절반인 약 30개 중고 전기차 물량이 신차 가격보다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1000만원 가까이 높게 판매되고 있었다.
올해 정부와 해당 지자체 보조금 1900만원을 받은 기아차 '니로EV'(2019년형·630㎞주행·대전)는 실제 구매비(3080만원)보다 980만원 많은 4060만원, 또 다른 니로EV(2019년형·1만2669㎞·대구)는 750만원 비싼 3930만원에 각각 매물로 나왔다.
최신형 전기차 현대차 '코나 일렉트닉'도 비슷한 상황이다. 코나 일렉트릭(2019년형·380㎞·인천) 보조금을 포함한 신차 구매비(3050만원)보다 900만원 비싼 3950만원에 거래됐다.
주로 올해 처음 출시된 장거리형 전기차 모델의 경우 최소 500만원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니로EV'와 '코나 일렉트릭'은 아직 중고로 나온 물량이 많지 않다. SK엔카나 인터넷 동호회 카폐 등 일부에서 거래되고 있다.
2017년에 나온 전기차 모델도 실제 구매비보다 높게 거래됐다. 한국지엠 '볼트(Bolt)'와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실 구매비보다 적게는 100만원, 많게는 300만원의 웃돈이 붙어서 거래되고 있었다. 2017년부터 판매된 전기차 대부분은 실제 구매비보다 높았다.
전기차 구매를 앞둔 최 모씨는 “지자체 보조금 신청이 마감되면서 중고 전기차를 알아보다가 실제 구매비보다 비싼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면서 “매물의 대다수가 내년에 보조금이 떨어질 것을 미리 알고 다수의 전기차를 미리 확보한 사업자 물량이 많다”고 전했다.
조사에서 중고 전기차 물량이 가장 많이 나온 지역은 대구였다. 대구는 제주도와 서울에 이어 전기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SK엔카에 등록된 86대 초소형 전기차 및 승용 전기차 가운데 42대가 대구시에서 나온 물량이다.
대구에 중고로 나온 르노 '트위지' 16대 가운데 주행 거리가 1000㎞ 미만인 차량이 14대, 100㎞ 미만은 8대나 됐다. 실제 전기차 운행과 상관없이 타 지역보다 보조금이 높은 것을 이용한 편법 구매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환경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악용한 위장 전입 사례를 접수했다. 보조금이 많은 지역에서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주소지를 임의로 변경하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관계 당국과 함께 차량 등록지 기준으로 전기차 위장 전입 조사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타 지역 판매는 2년 동안 제한되는 관련 규정을 근거로 하여 타 지역으로 이전한 날짜를 계산, 이전한 기간만큼 보조금을 환수할 계획이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