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 경영권 승계 관련 수사 등 연이은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 가격 하락으로 시작된 실적 부진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수사도 어디까지 확대될지 알 수 없다. 삼성전자는 산적한 악재에도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전략회의로 돌파구 모색에 나선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가 삼성전자 4분기 실적 전망을 잇달아 하향 조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15조원에서 13조3000억원으로 낮췄다. 한화투자증권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6조원에서 13조2000억원으로 18%나 낮췄다.
삼성전자 실적을 하향 조정하는 추세는 이 두 증권사 만이 아니다. 앞서 보고서를 낸 현대차증권, 대신증권 등도 모두 13조원대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13조원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3분기만 해도 대부분 증권사가 15조원 이상 영업이익을 제시했다. 하지만 불과 몇 달 만에 전망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실적 부진을 점치는 이유는 반도체 가격 하락이 첫 손에 꼽힌다.
4분기부터 반도체 가격 하락이 시작됐고 예상보다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문제는 반도체 가격 하락 추세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반도체 영업이익이 전사 영업이익의 75%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반도체 가격 하락은 전사 실적 부진에 직격탄이다.
실적 부진 전망이 제기되면서 주가도 곤두박질쳤다. 삼성전자는 주식을 50대 1로 액면분할한 후 5월 5만원대에 거래를 재개했는데 최근 4만원 선이 무너졌다. 실적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주가 역시 약세를 면하지 못할 것으로 점쳐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이 이재용 부회장 경영권 승계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것도 악재다. 검찰은 지난주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열사 재무관련 부서, 관련 회계법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하지 않은 회계법인까지 압수수색 한 것을 두고,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과정까지 수사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수사 결과는 새해 열리는 이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이은 악재에도 삼성전자로서는 뚜렷한 대책 마련이 어려운 상황이다. 반도체 가격 하락은 시장 상황의 변화가 필요하다. 삼성전자로서는 기술력을 앞세워 원가를 절감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 확대와 공급 조절 등으로 수익성을 극대화할 것으로 보인다.
여러 악재에 직면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17일부터 글로벌 전략회의에 돌입해 문제 해결방안을 모색한다. 국내 주요 경영진과 임원, 해외 법인장이 모여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다. 세트 부문(CE, IM)은 19일까지, 부품 부문(DS)은 20일까지 회의를 이어간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업부문별로 주력 제품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대응하는 '차세대 초격차' 전략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