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쟁점 현안을 논의하고자 구성된 국회 특별위원회의가 '용두사미'로 전락했다.
활동기한이 보름밖에 남지 않았지만, 일부 위원회는 '상견례'를 제외하곤 제대로 된 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특위 내 활동기한 연장논의도 지지부진하다. 특위 연장여부를 결정할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개의 여부도 여야 간 입장차로 진전이 없다.
여야는 지난 7월 20대 국회 후반기 원 구성 협상에 따라 올해 말까지 운영하는 6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시급한 국가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며 정치개혁·사법개혁·에너지·4차산업혁명·남북경협·윤리특위 구성 결의안을 의결했다.
각 당 대표 선거와 여야 대립 분위기가 이어지며 실제 구성은 10월 16일에서야 합의됐다. 3개월 가까이 특위 내 당별 의원수를 두고 갈등을 빚었다.
우여곡절 끝에 특위 활동을 시작했으나 제대로 된 회의와 안건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11월 예산안 심사 전후로 특위가 운영된 탓에 의원 관심도가 낮았다.
국회의원 선거구 확정과 검찰·법원 개혁 등 권력구조 개편을 논의하는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는 수차례 회의를 열고 안건을 논의했으나 정당 간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4차산업혁명특위는 11월 14일에야 첫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간사를 선임했다. 이달 12일 블록체인·암호화폐 공청회를 개최한 것을 빼고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다. 4차 산업혁명 활성화를 위한 ICO(암호화폐공개), 개인정보 등 규제개혁 현안은 논의하지 못했다.
남북경협특위는 여야 간사를 선임한 첫 전체회의를 제외하고 두 차례 회의를 열었으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을 두고 논란만 증폭시킨 뒤 향후 일정을 못 잡았다.
국회 역할이 요구됐던 에너지특위도 부실했다. 실제 회의는 11월 30일 제2차 전체회의 한 번 뿐이었다. 이마저도 대만 탈원전 국민투표, 문재인 대통령의 체코 방문에 따른 원전세일즈 논란 등으로 소모전만 반복한 채 끝이 났다. 전기요금 개편 논의 등 실질 작업은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특위 내에서도 추가 일정과 연장여부에 회의론이 나온다. 에너지특위 관계자는 “활동기한을 연장을 해서라도 전기요금 개편, 정부 에너지 정책 대안을 만들고자 하는 위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위원도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각 특위가 제대로 된 회의도 없이 활동기한 종료를 앞둔 가운데 국회는 내년도 국회 위원회 운영지원사업 예산으로 정부안 보다 4000만원 증액된 101억원을 의결했다.
해당 예산은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 비용 등을 충당하는 예산이다. 특별위원회는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까지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특위가) 회의나 공청회를 할 때마다 실소요 비용을 정산하는 방식으로 예산을 사용한다”면서 “의원이나 보좌관, 자문위원이 많거나 활동기한이 길수록 (예산사용이) 많아진다”고 말했다.
안영국 정치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