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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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자신의 사업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를 하자는 목표로 창업해 성과를 냈다. 중소기업으로서 세계 시장 선도 제품을 한가지 만들기도 어려운데, 무려 3개 사업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 이야기다.

실리콘밸리 기술기반 기업을 부러워하던 김 대표는 1997년 “우리가 하는 분야에서 글로벌 넘버원이 되자”는 목표로 아이디스를 창업했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난 현재 세계 디지털영상보안솔루션 시장을 선도하는 아이디스, 카지노용 모니터 세계 1위 코텍, 모바일·라벨 프린터 전문기업 빅솔론까지 3개 기업을 이끌고 있다.

글로벌 1위를 꿈꿨던 김 대표는 이제 한 가지 목표를 더했다.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과 함께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는 두 가지 목표를 향해 가면서 본인은 물론이고 함께 가는 직원들 모두 행복하게 가고 싶다고 했다. 단순하지만 분명한 경영철학을 가지고 아이디스 그룹을 키워가는 김 대표의 도전과 성공 스토리를 들어봤다.

-1997년 아이디스를 창업했으니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사업을 돌아본다면.

▲1997년 KAIST 박사 과정 중에 학생 창업을 했다. 창업 이듬해인 1998년에 첫 제품이 나왔다. 그 제품이 세계 최초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였다. 첫 제품부터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주경기장에도 설치됐다.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2001년에 코스닥 시장에 들어갔고, 그 이후 2012년까지 영업이익율이 20% 이상을 기록했다.

2012년에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당시 상황을 보면 창업할 때 목표였던 '우리가 하는 분야에서 글로벌 1위가 되자'를 달성한 시점이었다. 매년 좋은 실적을 거두면서 무차입 경영이 가능했고 사내에 쌓인 돈도 1000억원이 넘었다.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이제 무엇을 할지 생각해봤다. 주변을 둘러보니 잘 나가던 중소·중견 기업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여러 번 봤다. 그때 느낀 것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회사를 만들까 고민했다. 대기업은 잘 무너지지 않는데, 벤처는 왜 무너질까 봤더니 체력이 약해서였다. 9번 잘해도 1번 잘못하면 무너졌다. 그래서 대기업 같은 체력이 튼튼한 회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에 나섰다. 튼튼하려면 한 사업이 안 돼도 다른 사업이 버텨야 한다. 도와준다는 수준을 떠나서 견딜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지주사 안에 있는 각각의 회사는 원래 목표였던 히든챔피언이 돼야 한다. 삼성전자나 LG전자처럼 큰 시장에서는 아니더라도, 특수한 시장과 영역에서 기술 기반 선도기업이 돼야 한다.

-코텍 인수는 튼튼한 회사로 가는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코텍 인수 후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과 앞으로 계획은.

▲코텍은 이한구 전 회장이 먼저 인수를 제안했었다. 당시에는 준비가 안돼 인수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2년 후 여러 준비를 마치고 직접 이 전 회장을 찾아가 코텍 인수를 제안했다.

아이디스는 확장에 대한 욕구가 있을 때였다. 처음 인수 제안을 받고나서 2년 동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아이디스에서 내 권한도 많이 넘겨주면서 코텍을 인수할 준비를 했다.

당시 코텍은 세계 1위였고 고객관리도 좋았다. 인수 후에 한 일은 더 큰 성장을 위한 구조를 만든 것이었다. 특정 고객에 집중된 매출 구조를 분산하고 고객사를 넓히는 일을 했다. 또 터치 기술을 도입했고 이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도 갖췄다. 시장 변화로 인해 2014년 잠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미리 준비한 덕분에 2015년부터 현재까지 큰 폭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아이디스가 최근 매출 하락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12년까지 아이디스 사업분야는 사실상 DVR 하나였다. CCTV 영상 보안은 카메라와 저장장치로 구성된다. 기존에는 카메라와 저장장치가 모두 아날로그였는데, 아이디스가 저장장치를 디지털로 바꾸면서 국내외에서 주목받았다. 수년간 이 사업모델이 잘 됐다.

하지만 고해상도 CCTV가 필요해지면서 카메라가 디지털로 전환했고 시장에 변화가 생겼다. 액시스 등 카메라 기반으로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곳이 등장했다.

당시 아이디스는 대부분 제조업체 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사업을 했는데 우리 파트너사였던 기업들이 시장에서 밀리면서 아이디스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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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나.

▲위기를 극복하려면 아이디스도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IP카메라와 네트워크영상저장장치(NVR)를 개발하고 관제 소프트웨어도 갖추면서 토털 솔루션으로 진화 발전방향을 잡았다. 또 다른 변화는 파트너였던 ODM 비즈니스가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직접 브랜드로 가기로 했다.

자체 브랜드와 솔루션 영업, 유통을 통하기 보다는 직접 영업을 하는 쪽으로 바꿨다. 큰 변화였다. 마케팅 조직이 생기고, 홍보조직도 만들었다. 세계 각지에 현지 거점이 필요해 미국과 두바이에 지사를 설립하고 유럽에는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투자비와 개발비가 대폭 늘었다.

독자 브랜드 사업이 성장했지만 ODM 사업이 감소하는 비중이 더 커서 매출과 이익이 감소했다. 2017년에는 아이디스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도 기록했다.

코텍 인수 후 코텍 경영에 전념했는데, 그동안 아이디스 위기가 심각해지면서 올해 1월 1일부로 아이디스 경영에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사업을 총 점검했다. 2012년에 설정한 사업계획이 잘못된 것인지, 지금 행동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중국 업체 부상과 카메라 디지털화 등 외부요인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살펴봤다.

점검 결과 브랜드 사업 방향성도 맞고 직접 영업도 맞다고 판단했다. 토털 솔루션 방향성도 재확인했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브랜드 사업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보니 성장성이 높아도 ODM 감소분을 채우지 못했다. ODM 하락 곡선과 브랜드 사업 성장곡선이 교차하는 지점을 앞당기는 것이 과제였다.

-올해가 아이디스 사업에 상당히 중요한 해가 될 것 같다.

▲사업 재점검 후 선택한 것이 '코스트 엔지니어링'이다. 우리가 세계 최고 품질 기술력을 갖췄지만 가격이 중국 등 경쟁업체보다 너무 비싸면 고객이 선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정확한 타깃을 정하고 그에 맞는 기능 위주로 집중함으로써 가격 경쟁력을 높이자고 했다.

올해 초 제2 창업을 하는 것이니 모든 회의와 보고를 없애고 개발에만 집중하라고 했다. 1년 정도 예상했는데 3개월 반 만에 개발을 완료했다. 처음 8종 제품을 만들었고 이후 6개월 만에 22종을 또 기획했다. 새로 나온 제품 판매가 늘면서 상반기에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3분기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섰고 4분기에는 흑자 폭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가장 큰 성과는 변곡점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올해 브랜드 사업 매출이 50%를 처음 넘어서면서 매출 증가와 흑자 구조로 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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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회사 기반은 갖춰졌나.

▲지난해 말에 빅솔론을 인수했다. 포스 프린터와 라벨 프린터 등을 개발·판매하는 회사다. 세계 톱 3 수준의 시장 점유율과 경쟁력을 갖췄다.

빅솔론 인수로 아이디스홀딩스는 영상보안 토털 솔루션, 산업용 디스플레이, 산업용 포스 프린터라는 3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올해 3개사 합산 매출은 6000억원 정도 될 전망이다. 2020년 3사 합산 매출 1조원에 올라서면 해외 글로벌 최고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구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포트폴리오 확장에 대해서는 계속 관심이 높다. 각 사업분야도 관심이 크다. 서로 다른 분야 같지만, 시너지도 나온다. 제조 공급망관리(SCM), R&D는 시너지가 창출된다. 각 회사를 운영하면서 경영자로서 시야도 넓어진다.

-공학도 출신임에도 경영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비결이 무엇인가.

▲IT 분야는 결국 기술 기반이다. IT 쪽에는 경영 전공한 CEO가 많지 않다. 삼성전자도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 CEO를 맡는다. 결국은 기술적인 배경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시장 흐름은 기술 흐름과 맞물려 있다. 때문에 엔지니어가 비전을 보는 데 더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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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오른쪽)이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의 도전과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자신만의 경영철학이 있다면.

▲앞에서 말한 것처럼 사업 목표는 2가지다. 우리 회사가 글로벌 리더가 되는 것과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경영 방향은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을 내는 것이다. 그 다음은 성취다.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나와 구성원, 파트너사들이 같이 즐겁게 가야 한다.

-여러 회사를 살피려면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워라밸은 어떻게 맞추나.

▲집에서는 나를 워커홀릭이라고 한다. 하지만 24시간 내내 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나만의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회사 일이 항상 머리 속에 있지만 집에서는 일을 하지 않는다. 또 좋아하는 스포츠나 취미생활을 즐길 때는 회사 일을 미뤄둔다. 내 리소스를 전부 회사에 몰입했으면 지금보다 회사가 더 좋아졌을 수는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게 했다면 내가 오래 사업을 하지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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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장(오른쪽)이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의 도전과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 김영달 아이디스홀딩스 대표는

196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대구 능인고등학교를 졸업하고 KAIST 전산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KAIST에서 석사를 마치고 박사 과정에 진학했다. 박사 과정 중이던 1995년 말 미국 실리콘밸리로 가서 원자현미경 제조업체에서 연구원으로 1년간 일했다. 이 경험이 김 대표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김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수많은 기술 기반 강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는 것을 지켜봤다. 이것을 보며 한국에서 세계적인 기술 기업을 만들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 대표는 1997년 박사과정 동료와 대학원 후배 등과 함께 자본금 5000만원으로 아이디스를 창업했다. 창업 이듬해 내놓은 첫 DVR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비디오테이프를 사용하는 기존 영상 보안장비를 디지털로 바꾼 혁신 제품이었다.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니버셜 스튜디오 등에 제품을 공급했다. 2000년에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과 공개 경쟁을 펼친 끝에 시드니올림픽 보안 장비 공급권을 따내면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다.

아이디스가 한참 성장하고 있을 때 더 큰 미래를 위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2012년 코텍, 2017년 빅솔론을 인수하며 그룹의 체력을 강화했다. 2020년 그룹 매출 1조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투명경영을 원칙으로 삼고, 무차입 경영 원칙도 지키고 있다. 아이디스 설립 이후 매년 영업이익 10%를 임직원에게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도 유명하다.

대담=김승규 전자자동차유통부 부장

정리=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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