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신의 지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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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이조 : 리탤리에이션

“나머지는 중력에 맡기지”

2013년 개봉한 영화 '지아이조:리탤리에이션' 속 악당 자탄이 '제우스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던진 말이다. 이 말과 함께 인공위성에서 거대한 금속 막대가 떨어졌다. 영화는 총알의 8배 속도로 낙하한 이 막대 위력을 핵폭탄보다 강하다고 묘사했다. 텅스텐 막대가 떨어진 영국 런던은 초토화됐다.

수천~수만㎞ 인공위성 궤도에서 무거운 물체를 떨어트려 운동 에너지를 폭탄처럼 활용하는 이 무기는 현실에서는 '신의 지팡이(Rods of God)'이라고 부른다. 미국이 1980년대부터 계획한 신무기다.

원리는 단순하다. 10톤 무게 텅스텐 막대를 인공위성에서 떨어트리면 지구 중력에 이끌려 약 11㎞/s 속도로 낙하한다. 지표면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15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미사일과 달리 요격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위성에서 발사하는 순간을 파악하지 못하면 탐지도 어렵다.

무엇보다 폭발 시 방사능을 방출하는 핵무기와 달리 지표면에서 플라즈마 상태로 기화하면서 폭발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란 평가도 받는다. 일종의 이상적 무기인 셈이다.

이 때문에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만화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대부분 핵무기 다음 세대의 위력적 신무기로 그려진다. 중국에서도 신의 지팡이를 개발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정도다.

2016년 중국 언론은 '상디즈장'이라는 금속 운동 에너지 우주 미사일을 비밀리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상 1000㎞ 높이에서 3만9000㎞/h 속도로 낙하, 지상 목표를 타격한다. 원리와 운용방식은 신의 지팡이와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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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지팡이 개념도

하지만 신의 지팡이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신무기 개발을 추진했던 미국조차 구상 단계에서 진전이 없다.

우선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발목을 잡는다. 어렵사리 텅스텐 막대를 탑재한 인공위성을 띄웠다고 하자. 적을 섬멸하기 위해 텅스텐 막대를 떨어트리면 인공위성은 무용지물이 된다. 한 번에 수발 정도만 탑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시 텅스텐 막대를 장착하려면 지상에서 로켓·우주선을 다시 띄워야한다. 총알 재장전에 막대한 비용이 소요된다.

실제 핵폭탄을 능가하는 위력을 갖췄는지도 의문이다. 10톤 텅스텐 막대를 투하했을 때 위력은 TNT 폭탄 11~12톤과 유사할 것으로 추정되는데 히로시마 원자폭탄이 TNT 11킬로톤에 상응한 폭발을 일으킨데 비하면 미약하다. 미디어에서 신의 지팡이 위력을 너무 과장했다는 평가다.

실제 신의 지팡이가 투하된 사례가 없으니 검증은 묘연하다. 하지만 실제 위력을 가져도, 갖추지 않아도 이 무기는 우리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힐 것이란 건 틀림없다. 신의 지팡이에서 지팡이를 의미하는 'Rods'는 회초리·매 혹은 '징벌'이란 뜻도 내포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한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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