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기혁신본부에 신설된 실장급(1급) 조정관 인사가 곧 실시된다. 당초 이달 중순에 조정관 인사발령이 날 것으로 얘기가 나돌았지만 다소 늦어졌다. 다음 달 초엔 조정관이 업무에 들어간다는 관측이 넓게 퍼져 있다. 기획재정부 출신 인사가 최근 인사 검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를 앞두고 과기정통부 공직자는 물론 과기계도 촉각을 곤두세웠다. 조정관 역할에 거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과기혁신본부는 특성상 타 부처와 의견을 조율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한 해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선 예산 전담 부처인 기획재정부, R&D 수행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등과 예산을 놓고 줄다리기를 펼친다. 말이 줄다리기지 전쟁이나 다름없다. 예산은 한정됐지만 R&D 사업 수요는 매년 늘어나기 때문이다. 예산 배분 과정에서 부처 간 갈등, 충돌이 불가피하다. 정부가 추진하는 R&D 혁신과 관련해서도 부처별 R&D 통합, 기초·원천 R&D 사업 수행 주체를 과기정통부로 일원화하는 정책 등 갈등 요인이 남아 있다.
조정관은 말 그대로 부처 간 이견을 조율,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다. 조정관 역량에 따라 보이지 않는 부처 간 칸막이가 사라질 수도, 반대로 두터워질 수도 있다.
과기혁신본부 역할과 기능 확대에도 조정관 역할이 절실하다. 과기혁신본부와 기재부는 지난해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지출 한도 설정 권한 등을 놓고 갈등을 겪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정관으로 기재부 출신 인사가 온다는 점은 관전 포인트다.
예산조정·기획에 능한 기재부 인사를 배치, 부처 간 협의 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다. 한편으로는 R&D 예산 조정·배분 과정이나 예타 조사 이행에서 기재부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동시에 따른다. 과기계의 기대와 우려, 어느 쪽이 현실화될지는 온전히 조정관 역량에 달렸다.
최호 산업정책부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