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에는 로직다이(Die)와 메모리가 원패키징될 것입니다. 갤럭시워치에 적용된 PLP는 AI로 가기 위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웨이퍼레벨패키징콘퍼런스(IWLPC) 둘째 날인 24일(현지시각) 미국 산호세 더블트리호텔에서는 패널 토의가 열렸다.
진행자가 패널들을 소개하던 중 갑자기 손목에 찬 '갤럭시워치'를 들어 보였다. “PLP 기술이 바로 이 시계에 들어갔다”며 PLP를 개발한 삼성전기에서 패널로 참석했다고 이야기하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날 패널자로 참석한 배광욱 삼성전기 상무는 “지난해 IWLPC에서 삼성이 PLP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키노트 발표를 했는데, 당시엔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며 “1년이 지나 실제 제품으로 양산하니까 박수를 보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배 상무는 삼성전기에서 PLP 사업을 기획한 장본인이다. 기획팀장으로서 PLP 사업 진출에 필요한 제반을 준비했다.
삼성전기가 PLP라는 반도체 패키징 사업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업계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인쇄회로기판(PCB), 카메라모듈과 같은 부품을 전문적으로 다룬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 상무는 “무관한 분야에 진출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 산업부에서 미래 먹거리로 차세대 과제를 한 적 있다. 그 때 한 게 임베디드 PCB였는데, 이 때 기술이 PLP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또 “반도체가 미세화로 줄어들게 되면 반도체용 기판도 변화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전부터 준비를 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서일까, 삼성전기는 목표했던 수율을 단기간 끌어 올릴 수 있었다. 경쟁사 대비 절반도 채 걸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 상무는 “PLP는 대면적 컨트롤이 중요한 데, 여기에 디스플레이 기술이 활용됐다”며 “목표 수율에 빨리 도달할 수 있었던 건 삼성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을 함께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PLP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삼성 최고경영진에서 PLP 기술을 그 만큼 중요하게 본 것이다.
삼성전기는 PLP 기술 우위를 자신했다. 경쟁 기술인 WLP 대비 생산성이 3배 높고, 복수의 이종 반도체칩을 패키징하는 데 성공해서다.
위전화 TSMC 부사장은 IWLPC에서 기자와 만나 “TSMC는 PLP를 준비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PLP의 생산성만큼은 인정하는 듯 “WLP도 가동을 많이 하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배 상무는 5G, AI 시대가 열릴수록 PLP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용량 데이터의 고속 처리를 위해 향후에는 GDDR6 그래픽 D램이나 LPDDR5 모바일 D램이 로직다이와 패키징하는 작업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를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삼성 밖에 없다”며 “또 한 번 업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산호세(미국)=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