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완전자급제, 성급한 도입은 부작용 우려···'점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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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정감사를 계기로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완전자급제) 도입 여론이 들끓고 있다.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이동통신사 마케팅 비용 지출을 줄이는 한편 제조사 간 단말 가격 인하경쟁을 유도하자는 주장이 국회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유통망이 반대하고 효과가 분명하지 않아 실제 도입까지 적지 않은 난관에 부닥칠 가능성이 크다. 완전자급제 즉각 도입보다 유통망을 줄이는 동시에 자급제폰 보급률은 늘리는 '점진론'이 대안으로 대두됐다.

◇효과는 모호···부작용은 클 듯

전국 이동통신 유통점은 2만9000여개로 다른 업종과 비교가 안 될 만큼 많다. 유통망에 연간 지급되는 판매장려금은 4조원에 이른다. 이는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하지만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는 시각은 위험하다. 완전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는 확실한 반면 효과는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우선 5만~6만으로 추산되는 유통점은 생존 위협에 직면한다. 이통사와 제조사는 유통점에 장려금을 지급한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이통사가 유통점에 장려금을 지원할 이유가 없다. 유통점 장려금은 이론상 절반으로 감소한다.

또 소비자가 대형 매장에서 휴대폰을 구입할 확률도 높아진다. 중소 유통점은 정상 영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통사가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위해 일정 유통점을 유지하겠지만 현재보다 축소는 불가피하다.

반면 완전자급제 도입 효과는 불투명하다. 단말을 판매하지 않는다고 이통사가 서비스 경쟁에 자발적으로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 완전자급제 핵심 목표인 단말 가격 인하는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의문이다. 애플과 삼성전자가 가격을 내려야 할 이유가 없다. 애플은 정가를 고집하고 있고 삼성전자는 국내 시장 점유율이 60~70%에 달한다.

이통사 지원금이 사라져 오히려 단말 가격이 오른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정부는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유지해야 하는 부담까지 떠안는다. 완전자급제를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과 피해가 확실한 반면,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최대 수혜자는 이통사?

완전자급제가 부각된 이유는 '이동통신 요금은 인하됐지만 단말 가격이 여전히 비싸다'는 프레임 때문이다. 비싼 가계통신비 주범이라는 오명을 단말이 뒤집어썼다. 100만원을 넘어 200만원에 이르는 단말이 출시되며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통사는 완전자급제 논의가 나쁠 이유가 없다. 여론 화살을 이통사에서 제조사로 돌리는 효과도 있다.

완전자급제가 성사되더라도 손해볼 게 없다. 지나치게 많은 유통점은 이통사 부담이다. 이동통신 시장이 고속 성장하던 시절에는 전국 유통점을 통해 가입자를 빠르게 늘렸지만 시장이 포화한 현재는 효용이 감소했다. 마케팅 비용 지출 절감은 오랜 과제 중 하나다.

◇속도조절···'점진론'에 무게

확실한 건 완전자급제가 이동통신 유통 구조 개혁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 자정능력 회복이 근본 해법으로 제시된다. 입법을 통한 급격한 시장 변화보다 점진적 방법으로 추진하는 게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이용자 혜택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이통사 인식 변화가 급선무다. 이통사는 기존 유통구조를 만든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통사가 판매장려금을 줄이는 동시에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 시장 원리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통점 숫자가 줄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업종 전환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방법도 모색해볼 만하다.

어디서나 동일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자급제 단말 판매를 늘리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동통신 유통망 진입장벽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동통신 전문가는 “소자본으로 쉽게 창업할 수 있다 보니 수익률이 과거보다 떨어지지만 유통점 숫자가 줄지 않고 있다”면서 “사전승낙 규정을 강화하거나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강화하는 등 진입장벽을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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